마음을 움직인 손님 - 인종차별에 대해

2018. 10. 24. 20:12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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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인 두 

NaCl


미국 남부, 사투리 심한 작은 도시인 이곳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가장 대하기 힘든 손님은 백인 노인들이다. 이름이 '스킵'인 백인 남자 노인과 '로버타'라는 백인 여자 노인이 있는데 그 분들은 처음 우리 가게에 들어 설 때 부터 BMW와 캐딜락을 딱 주차 해 놓고 어머니와 나를 무시하는 시선과 말투로 일관했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났을까? 그러던 말던 우리는 꼼꼼히 일을 해 주고 친절히 대하려 애를 썼다. 그러자 언제 부턴가 그 두 노인의 눈빛이 수그러지고 말투도 좀 부드러워 진거 같다. KKK의 본부가 있다는 이곳에서 살면서 은근히 동양인 내리깔고 보는 백인들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우리 할 일 하다보면 그들도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지 태도가 달라진다.

 



미 전역에서 흑인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폭동으로까지 이어지려 한다. 이런 골 깊은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선 흑인들이 폭동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흑인들에 대한 백인의 나쁜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 인종차별은 어쩌면 피부색깔 보다는 삶의 질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만약 어머니와 내가 그 두 노인들에게 감정대로 대했다면 그 두 손님은 더이상 우리 가게를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법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의 마음까지는 바꾸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인종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내 마음을 지키고 성실한 자세로 사는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깨고 더 나아가 존중해 주는 마음까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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