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스승
2019. 1. 23. 13:34ㆍ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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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스승
방구석에 쳐 박혀 시만 쓰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 시인은 걸작의 시 한 편을 뽑아내기 위해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도
이건 시 답지 않다고 스스로 시인합니다
그러다 시장하여 집 근처 시장 국밥집에 들어 갑니다
그 국밥 집 욕쟁이 할머니가
그 시인에게 습관적으로 욕을 해 대며 주문을 받습니다
평소에 고상한 말에만 익숙했던 그 시인은
그 할머니의 거친 욕을 듣더니
눈이 번쩍 떠집니다
그 할머니의 욕 안에
가공하지 않은 구수한 언어와
압축된 고된 삶의 언어를 발견합니다
그 시인은 결국 그 할머니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그 할머니의 시다바리로 취직합니다
돈도 거의 안받고
욕도 먹고
국밥도 먹고
매일 눈이 떠집니다
하루에 두 번
욕 먹을 때 한 번
국밥 먹을 때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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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0 초고
2019. 1. 22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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