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매원 누나의 진심
2019. 6. 30. 20:42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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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매원 누나의 진심
중학교 1학년, 아주 어리지만도 그렇다고 성숙하지도 않은 시기,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나는 사소한 장난으로 손가락에 상처가 났지만 그냥 그대로 둔 채 친구들이랑 선물가게에 갔다. 여기저기 손님을 끌려는 판매원 누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갑에는 삼 천원이 접혀 있었다. 한 판매원 누나가 내 손가락의 상처를 발견하고 밴드를 붙여 주겠다고 했다. 나는 왠지 쑥스러우면서도 이 누나가 상품을 팔려는 의도적인 행동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조금 들었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밴드만 붙이고 그 누나의 상점을 바로 벗어나 멀리 떨어진 다른 가게에서 반찬통 하나를 샀다.
왠지 그 누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누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 아니든지 간에 나의 상처난 손가락은 그 누나의 눈에 띄었고 그 누나는 정성껏 밴드를 붙여 주었다. 그러나 나의 쑥스러움 반 의심 반, 그런 애매한 마음은 나의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지금 같아선 그런 미묘한 감정 제껴두고 그 누나에게서 반찬통을 샀을 것이다. 어쩌면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누나의 마음을 진심으로 간직하기 위해 반찬통은 일부러 다른 곳에서 산 것 같다. 그래서 거의 삼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판매원 누나가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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