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4. 11:57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보고
청상과부인 어머니와 사는 어린 옥희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1960년대 흑백 영화이다. 대충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옥희는 역시 과부인 친할머니와도 함께 산다. 어느 날 옥희 엄마의 죽은 남편의 친구가 옥희의 집 사랑방에 하숙을 들어오게 된다. 그 남자는 옥희를 매우 귀여워 해 주고 잘 놀아준다. 옥희는 그 아저씨를 아빠와 같이 따르고 좋아한다.
옥희의 엄마는 애초부터 그 남자가 집에 들어설 때부터 부끄러워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엄마는 수절을 지키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며 산다. 하지만 그 시대 상황은 이미 과부가 재가해도 아무 흠이 되지 않는 시대였다. 오히려 수절을 지키는 것을 바보라고 할 정도 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옥희의 엄마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자신을 억누르며 딸 하나로 족하다고 한다.
수개월이 흐르고 사랑방 손님은 드디어 옥희 어머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쪽지에 적어 옥희를 시켜 그녀에게 전달한다. 그걸 읽은 옥희 엄마는 심장이 마구 뛰며 큰 일이라도 난 듯이 어쩔 줄 몰라 한다. 하지만 역시 속마음과는 다르게 거절을 한다. 거절 당한 사랑방 손님은 술에 취해 들어오고 목이 말라 물을 찾는데 옥희 엄마가 물을 건네자 아저씨는 그만 와락 옥희 엄마를 끌어 안는다. 그녀는 당황하며 그 품을 뿌리쳐 달아난다.
어느 날 사랑방 손님이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것으로 그들의 인연이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옥희가 산토끼 노래를 부르며 엄마에게 하는 말이 아저씨가 나중에 또 찾아 오겠다고 한다. 멀리 기차를 타고 떠나는 아저씨를 향해 두 모녀는 손을 흔든다.
청상과부인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 사이에 옥희라는 아이는 둘 사이에 없어서는 안되는 매개체이다. 옥희라는 여자아이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사랑방 손님은 또한 옥희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서서히 어쩌면 불현듯 타 오른다. 그에 못지 않게 옥희 엄마도 사랑방 손님에 대한 마음이 억제하면 억제할 수록 타 올랐을지 모른다.
이별의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 하지만 옥희가 아저씨의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어머니에게 전달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재회를 암시하는 해피엔딩이 되었다. 이별이라는 쌔드엔딩의 장면에 재회의 약속이라는 점 하나를 찍음으로써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참 흐믓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영화는 역시 끝이 좋아야 한다. 이 글을 맺는 이 시간에도 그 영화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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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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