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수선 일기] :: 하기싫은 옷수선, 하지만 고마워

2019. 6. 19. 13:16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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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청소업 - 전기공사 - 우체국 - 치과기공 - 옷수선

 

위 직업들은 미국에서 26년간 살면서 했거나 하고 있는 직업이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종사하고 있는 직업은 12년이 넘은 옷수선인데 미국사람들이 워낙 손재주가 없다보니 비교적 손재주 있는 한국사람들이 잘 하는 옷수선이 먹고 사는데 괜찮은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옷수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가고자 머릿속은 다른 데 가 있다. 기술 좋으신 어머니가 함께 하시기에 유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은연중 나는 불안하다. 나이 많으신 엄마가 언젠가 일을 못하시게 될거란 생각은 나를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 것은 글쓰기와 코딩을 좋아하는 내가 이 두 가지로 부의 추월차선, 즉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어 좀 더 젊은 나이에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이미 작년부터 수익형 블로그인 티스토리에 에드센스 광고를 붙여 나만의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 내 글을 낭송하여 올리고 있다. 

 

그렇게 한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유튜브 구독자는 고작 14명이고 에드센스 광고 수익은 한 달에 많아야 20달러 이다. 블로그는 거의 수익이 나오지 않고 테네시 한인 네트워크라는 웹사이트에서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글과 코딩으로 나의 생계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현재 나의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글도 그렇고 코딩도 그렇고 수준 높은 단계에 오르지 못한 현 시점에서 매일 공부하고 연습해 나아가야 한다.

 

 

글에 있어서는 한글 뿐 아니라 영어도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어야 글로벌 시대에 훨씬 넓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코딩은 이 글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인데 코딩 학습이 좀처럼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다. 글이 좀 더 세련되고 풍부해 지려면 독서도 많이 하고 여행도 좀 다녀야 겠는데 옷수선으로 거의 모든 하루를 보내는 나로선 시간이 빠듯하다.

 

내 나이 사십대 중반, 글쓰기와 코딩을 내 평생직업으로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돈벌기 쉬운 시대라 하는데 뭔가 잡힐듯 하면서도 좀처럼 잘 안되는 이 상황은 다시금 옷수선에 매달리게 한다. 옷수선 일을 좋아 했다면 옷수선을 좀 더 배울텐데 아무래도 그러지 않는 걸 보면 옷수선은 내 길이 아닐듯 싶다.

 

독서, 글쓰기, 영어, 코딩 - 이 네가지를 매일 갈고 닦으면 언젠가 임계점을 넘을 날이 오겠지. 그래도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옷수선이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내 삶을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꿈으로 나아가는 이 과도기에 옷수선이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하기 싫었던 옷수선이지만 꿈을 향한 징검다리인 것이다. 그래서 싫지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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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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