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2. 11:57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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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움직이지마!
우리 옷수선 가게에는 유난히 경찰이 많이 온다. 이곳 경찰 국장도 우리 가게 단골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찰 손님이 여러 개의 유니폼 셔츠 품을 몸에 딱 맞게 줄이려고 왔다. 평소 운전하다가 길가에 경찰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마음이 쫄리는데 가게에서 보는 경찰 손님은 왠지 전혀 무섭지가 않다.
방탄조끼를 입은 그 경찰은 셔츠를 하나하나 입으며 나는 핀으로 바디라인을 살려 찝는다. 그러는 와중에 움직이지 말라고도 하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도 하고 뒤로 돌아 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은 대개 경찰이 범인에게 하는 말인데 재봉사인 나는 경찰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나에게 꼼짝 못한다. 핀을 몸에 가까이 대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대로 복종을 한다. 경찰 국장, 미키는 연세가 거의 예순은 훌쩍 넘어 보이는데 입 속에 씹는 담배를 질겅질겅 물고 오곤 했다. 그리고 도둑 잡는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도둑이 미키 국장을 잡을 거 같이 몸이 둔해 보인다.
경찰들도 유니폼을 몸에 딱 달라붙게 입어야 일 할 때 폼 나게 할 수 있나 보다. 옷이 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 할 수 없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재봉사인 나는 오히려 일 할 때 입는 옷이 항상 그 옷이다. 까만 양복바지에 주로 회색 빛 셔츠.
경찰에게 큰 소리 치는 직업은 아마 옷수선 말고 또 있을까? 미국 경찰은 권위있고 무섭기로 유명한데 그 권위를 나타내는 옷을 재단해 주어선가? 경찰은 옷수선집에 오면 순한 양이 된다.
“똑 바로 서서 움직이지 마세요!”
“옛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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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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