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6. 21:46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한나 누나 고마워!
어제였던가? 저녁식사 중 일곱 살 배기 조카, 제시카가 삼촌인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 할 만한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 될 만한 문장으로 만들기가 그 나이엔 어려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들리는 단어가 몇 개 있었다. 싱글, 애기, 힘들어서 등등의 낱말이 뒤죽박죽 섞인 문장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제시카의 질문은 무엇일까? 약 한 달 전, 함께 사는 동생이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 위로 누나도 두 딸, 아래로 남동생도 두 딸만 있었다가 동생이 아들을 낳으니 우리 집안으로서는 경사였다.
원래 예정 날은 3월 23일인데 2월 28일, 가게에서 어머니와 미싱을 돌리는 오후, 급하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수씨가 진통이 시작되고 양수가 터졌다는 것이다. 이웃에 한나 엄마도 전화를 받고 급하게 뛰어와서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급하게 일을 중단하고 차로7분 거리인 집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2층 화장실에서 제수씨가 낑낑대고 한나 엄마가 부축을 하고 있다. 겨우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올랐고 집 근처 병원으로 가는데 비상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달렸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4남매를 키우는 한나 엄마는 노련하게 제수씨의 호흡을 코치했고 마침내 무사히 도착했다.
이윽고 동생도 병원에 당도했고 1분도 채 못되어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그때까지도 아기 이름을 아직 확정하지 않아서 대충 John이란 이름을 염두 해 두다가 John 이란 이름은 큰조카 Jane의 남성이름이라고 하여 급하게 제수씨가 Daniel로 바꾸어 병원 측에 제출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집안에 다니엘이라는 아들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거의 한 달을 일찍 나와서 폐 속에 양수를 다 토해 낼 때까지 약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고 드디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 때부터 동생 부부는 고생의 시작이다. 아니 즐거운 고생? 옆에서 지켜보는 제시카가 너무 흥분하여 거실 마룻바닥에서 데굴데굴 뒹군다.
이제 다니엘이 태어난 지 한달이 좀 넘었다. 한 두시간 마다 배고프다고 울어 대는 다니엘. 수시로 갈아주는 똥 기저귀. 청결을 위해 개운하게 목욕도 시켜주고 코딱지도 파 주고. 엄마 아빠의 그런 모든 정성을 지켜 본 제시카가 저녁 식탁에서 삼촌인 나에게 알아듣기 힘든 질문을 한 것이다.
삼촌, 싱글, 애기, 힘들어서….
이 네 단어로 제시카의 질문을 해석해 보니 “삼촌이 아직 싱글인 것은 애기 키우기 힘들어서야?” 그 질문을 듣고 나는 놀라 뒤로 넘어졌다.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라고 대답해 주었다. 제시카도 동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한 편 이것 저것 할 일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다는 걸 아는 것이다.
어쨌든 다니엘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이웃의 도움과 가족의 손길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웃 한나엄마의 큰 딸 한나는 이제 겨우 10살인데 제수씨로부터 급하게 전화를 받은 한나 엄마가 차가 없어 어찌할지 망설이고 있자 서슴없이 “엄마, 지금 당장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그래서 한나 엄마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다니엘의 생명의 은인은 한나이다. “한나 누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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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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