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014 - 총살의 위기

2020. 6. 3. 20:21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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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의 가족은 모두 여섯 식구. 아기 때 죽은 경자의 바로 위 언니까지 살아 있다면 모두 일곱 식구다.

 

1950년 여름, 북한군이 남으로 남으로 밀고 내려와 남원까지 붉은 인공기가 꽂혔다. 큰오빠 기승은 18세로 막 청년의 문턱에 이르렀고 아버지 연동은 큰아들이 북한 의용군에 끌려 가게 될까 걱정을 한다. 그래서 가족들을 모아 놓고 의논을 한다.

 

“여보, 얘들아. 너희들도 알겠지만 이 남원땅에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으니 이제 곧 의용군을 모집 할 거야. 기승이가 딱 해당이 되는데 어서 피신을 해야 겠다.”

 

“그럼 어디로 피난을 가면 좋죠? 기승아빠.”

 

“ 대산면으로 갑시다. 그곳은 아직 북한군의 손이 닿지 않았을 거야. 친구가 거기 살고 있으니 그 곳으로 갑시다.”

 

그 날 저녁, 미군의 쌕쌕이(전투기) 가 저공비행으로 굉음을 내며 날아간다. 별안간 길을 가던 한 사내가 경자네 초가집에 급하게 뛰어 들어 온다. 그와 동시에 쌕쌕이에서 날아오는 철환 수십발이 경자네 초가집을 갈긴다.

 

“오빠! 오빠~!”

 

경자는 바로 옆에 오빠의 얼굴에 피가 흐르는 걸 보고 기겁을 한다. 오빠 기승의 턱선으로 쌕쌕이의 탈환 하나가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그냥 스쳤다고 해서 가벼운 상처가 아니다. 턱 쪽으로 매몰된 것이다. 그 시절에 변변한 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 연동의 한의사 친구가 일러준 대로 간장에 턱을 담가 급한대로 치료를 한다.

 

사진출처: Pixabay.com

 

아버지 연동과 언니 미자만 남원에 남고 나머지 식구들은 곧 대산면 친구집으로 피신을 한다. 친구집엔 방 하나가 더 있었고 그 방에서 네 식구가 난리를 견디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까. 남원에서는 예수쟁이들을 색출하여 총살을 시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경자네 식구도 그 중 하나였다. 아버지 연동은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술고래에 가족을 힘들게 하는 분이었다. 줄담배를 피우는 연동이 변화를 받아 일년에도 성경을 5번씩 읽는 골수 예수쟁이가 된 데에는 그의 아내 길순의 기도가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그 소문을 들은 14살 소녀 미자가 아빠에게 말씀을 드린다.

 

“아빠, 어떡하죠? 지방 빨갱이들이 우리 가족이 예수 믿는걸 알텐데요.”

 

“…. ….”

 

“제가 대산면에 가서 가족들에게 알리고 우리 가족 모두 더 멀리 피신을 해야 겠어요.”

 

“그래, 그 수 밖에 없겠구나.”

 

하지만 그 다음 날 빨갱이들이 경자네 집에 쳐 들어와 명단을 확인하고 간다. 그리고 총살 날짜를 정하고 도망하지 못하게 감시한다. 아버지 연동은 이 위급한 상황에 미자와 기도를 한다.

 

“인생을 주관하시는 살아계신 주 하나님, 생명이 주께 달려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 가정에 화평을 주시고 살던지 죽던지 주님 안에서 영생의 소망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그 이틑날 오후,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북한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인천상륙작전을 하여 드디어 전쟁의 기세가 남한으로 기울게 된다. 부산 가까이 까지 포위 당한 국군은 연합군의 도움으로 치고 올라오고 남원땅도 결국 인공기는 내려지고 태극기가 펄럭이게 된다. 머지 않아 총살 당할 위기에 있던 경자의 여섯 식구는 삶의 자리로 옮겨지고 대산면으로 피신을 했던 네 식구는 남원으로 돌아온다.

 

어머니 길순과 네 형제자매를 오랜 만에 본 미자는 눈물을 흘리며 평소에 아끼고 사랑했던 8살 아래 동생 경자를 꼬옥 껴 안는다.

 

“경자야, 그곳에서 잘 지냈니? 우리 가족 모두 몰살 당할까봐 너무 무서웠어.”

 

“언니, 이제 무서워 하지마. 저기 봐. 태극기가 휘날이고 있잖아.”

 

 

그렇게 경자의 식구는 위기를 모면하고 더욱 주님을 찾는다. 턱이 함몰됐던 큰아들 기승의 상처도 감쪽같이 회복이 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이목구비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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