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9. 06:40ㆍ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경자의 어머니, 길순이 예수를 믿기 전의 일이다. 길순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대개 그런 사람이 우울증에도 잘 걸리는거 같다. 남편 오연동은 젊은 시절, 술통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다.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들어오면 폭군으로 변했고 4남매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도망 쳐 버렸다.
“술 가져와!”
“여보, 매일 밤 왜 이렇게 술 만 마시고 들어 오세요!”
“사는게 재미 없어! 사는 게 도대체 뭐냐고!”
그런 남편을 다 받아 주던 길순은 점점 우울에 빠졌고 결국 심각할 정도로 까지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연동은 읍내 무당을 불러 아내 길순의 병을 고치려 한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굿판을 벌이고 나면 재산이 눈에 띄게 줄어 버렸으나 길순의 우울증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길순의 동네 언니가 길순을 보러 집에 놀러 온다.
“길순아, 요즘엔 어떠니?”
“언니,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어.”
“길순아, 나 요즘 저기 왕정동에 있는 교회에 다니는데 너도 같이 갈래?”
“그건 서양귀신 믿는 거 아냐?”
“아니야, 길순아. 딱 한 번 만 나랑 같이 가자. 내 소원이다.”
“그래 알았어. 언니.”
그 주 일요일, 길순은 그 언니를 따라 처음으로 교회에 간다. 그 날 길순은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찬양에 심령이 크게 움직임을 느낀다. 남편이 힘들어 하는 것. 또한 자신도 힘들어 하는 삶의 문제들.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길순은 그 날 예배에서 강력한 방향과 해답을 얻는다.
길순은 까만 성경책과 찬송가를 구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 점점 길순의 우울증도 나아지기 시작한다. 남편 연동은 여전히 술에 쩔어 살았고 아내를 폭행하기 까지 했다.
“당신, 또 교회 가는거야!!”
“예.”
“내가 가지 말라고 했지!”
“… …”
그렇게 남편의 핍박을 피해 가며 길순은 몰래 교회에 다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길순은 여느때와 같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 복도로 걸어 나오는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남편 연동이 술에 잔뜩 취해 예배당 맨 뒷쪽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매일같이 길순이 남편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를 해 오더니 어느새 연동이 자기 발로 교회에 들어 온 것이다. 길순은 술에 취한 남편을 깨워 부축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온다. 그 날 이후로 연동은 아내를 따라 교회에 가기 시작했고 아내보다 성경을 더 열심히 읽는다. 물론 술도 끊고 담배도 끊는다. 남편의 이웃 친구가 연동을 보며 한 마디 한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달라 진다더니 죽을 병이라도 걸린거야?”
“아니야. 나도 몰라. 어느 날 술에 취해 간 곳이 아내가 다니는 교회가 아닌가.”
“그래서?”
“그 날 이후로 교회에 가게 됐고 지금 내 모습이 이 모습이야.”
연동은 아내와 함께 새벽에도 아이들까지 깨워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 철 없는 경자는 짜증을 부리며 겨우 일어나 앉는다. 옆에 동생 기황이와 키득키득 장난을 친다. 아버지 연동은 옆에서 장난치는 두 남매의 등을 퍽 내리 친다. 그러자 경자와 기황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음보가 터져 버린다.
세월이 흘러 연동이 60대가 되었을 때, 연동은 성경을 읽는 중에 천국의 환상을 본다. 그리고 눈이 밝아져 작은 글씨의 성경을 돋보기 없이 줄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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