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 :: 엄마는 바보

2021. 10. 28. 20:52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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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바보 


엄마와 TV를 보며 저녁을 먹는데
TV에서 희한한 동물이 나오고
사람들이 취재하는 방송을 한다
자세히 보니 작은 공룡같은 것을 컴퓨터로 조작한
합성이었다
나는 덤덤히 보며 밥을 먹는데
엄마는 수저에 밥을 입에 넣지도 못하시며
놀라신다
"그거 다 가짜에요. 컴퓨터그래픽이에요. 엄마"
"아니야.. 사람들이 잡기도하고 사진도 찍어. 저거 진짜야."

너무 믿으시는 엄마의 강한 어조에
하마터면 나까지 넘어갈 뻔 했다

잠시 후 티라노사우르스가 나타나 생난리를 치자
난 엄마가 더이상 믿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왠걸
엄마는 한술 더 뜨신다.
"지구 어딘가에 저런 동물들만 사는 곳이 있어."
"엄마, 바보아니에요? 엄마도 참 순진하시네요."

 


TV는 엄마의 붙을 데로 붙은 믿음을 굳히려는 지
임신한 작은 공룡의 태아 초음파사진까지 촬영하며
열심히 연출하고 있다.
"넌 저걸 보고도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니!?"

난 더이상 할 말을 잃었다.
잠시후 그 방송이 막을 내리며 "Prehistoric Park"라는
제목이 떳다.

영어를 모르시는 어머니께 해석 해 드리는 거
그건 엄마를 진짜 바보로 만드는 거
그 믿음 그대로 즐거워하시게 두자
바보스럽지만 엄마는 그 방송을 잘난 아들보다
몇 백배 감탄을 하시며 재미나게 보셨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세탁기 소리가 요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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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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