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8. 12:18ㆍ이야기/시인의 마음일기
마음의 위기 거의 3주째이다. 이럴 때마다 나의 신앙도 함께 추락한다. 신앙이 좋으면 이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마음의 위기, 신앙의 위기에 매주 성가대를 선다는 것이 괴롭다. 찬양이라는 것은 기쁨으로 환한 얼굴로 불러야 하는데 아마도 나는 마음 속 괴로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채 성가대를 섰을 것이다.
성가 악보에는 기뻐하라는 가사가 반복되고 그 가사를 부를 수록 마음과 입이 따로 노는 그 이중성에 더 우울해 지기까지 했다. 성가연습 도중 오른쪽 옆에 오래도록 가까운 사이인 K권사님(나보다 2살 위 형)에게 간간히 나의 심리상태를 중계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형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듯 자신의 뱃살을 움켜잡고 어떻게 해야 뱃살이 들어가냐고 나에게 묻는다.
그렇다. 나는 중2때 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지겹게 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46세 미혼남자이다. 중2때 스르르 시작된 이 마음의 병은 내 인생에 절망의 벼랑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또라이 소리를 듣게 하기도 했다. 한 가지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갖도록 이끌어 준 것이다. 방금 전 유튜브를 봤는데 시인의 50%가 마음병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나도 들어 가는구나.
오늘 교회에서 나는 불편한 마음과 굳어진 표정과 부자연스런 행동으로 예배와 친교와 성가연습을 하며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이렇게 마음의 위기가 찾아온 이유는 사실 단순할지 모른다. 약값을 절약하려고 감정 조절약인 Depakote 500mg을 250mg으로 내 마음대로 줄여 몇 개월 동안 복용한 결과 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이 단지 약으로 조절 가능하다면 이 마음이란 것이 단순히 화학작용일 뿐 이란 말인가?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약에 기대지 않으려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마음의 위기를 경험하고는 그냥 의사 처방대로 500mg을 며칠 전부터 복용하고 있다. 한 일주일 후 어디 내 마음이 어떤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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