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 018. 종옥의 불볍체류

2020. 6. 21. 00:20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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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리숙 하고 친구도 사귀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했다. 그러다가 4학년으로 올라가 언젠가 전학 온 대호라는 친구와 하굣길을 같이 걷다가 친구가 된 이후로 성격도 밝아지고 학업성적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대호는 쾌활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다. 그런 대호와 친구가 되니 자연스럽게 닮아 가는 것이다. 대호는 사귐성도 좋아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 덩달아 용진이도 대호의 친구와 친구가 되었다. 대호는 승부욕도 강해서 시험을 보고 나서는 꼭 단짝인 용진의 점수와 비교를 하곤 했다. 그에 비해 용진은 시험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용진아, 너 산수 몇 개 틀렸니?”

 

“다섯 개 틀렸는데?”

 

“아… 난 네 개 틀렸는데. 내가 더 잘했네? 아싸 이겼다!”

 

“한 개 차이 가지고 뭘 그렇게 좋아하냐?”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더욱 경쟁의식을 느끼는 대호였다. 대호는 까무잡잡하고 사각형의 얼굴을 가진 남자다운 어린이 였다. 그와는 반대로 용진은 하얗고 둥근 얼굴의 다소 예쁘장한 남자아이였다. 대호를 통해 또 다른 친구 둘을 더 알게 되어 사총사가 결성된다. 한 아이는 광수라고 춘천시청 근처 소아과 원장을 어머니로 둔 공부 잘하는 친구이고 또 다른 친구는 상길이 라고 마켓 주인 아들이다. 사총사의 우정은 대호를 중심으로 뭉쳐진 우정이었다.  

 

 

학교측에서 어쩐 일인지 용진이네 반을 4학년에서 6학년까지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올라가게 한다. 마치 용진을 배려 한듯. 어쨌든 용진은 3년 동안 그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다.  아버지가 미국 가신 5학년 이후로도 용진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심하게 느끼지 않고 어머니 경자의 보호와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별 탈 없이 지낸다.

 

동생 용준은 형을 따라 다니며 형의 친구와 친구가 되어 오히려 자기 또래보다 형의 친구와 잘 어울린다. 누나 정윤은 큰 딸 답게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도 하며 어머니의 큰 힘이 되어 준다. 게다가 공부도 잘해서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는다. 언젠가 학부모 회의가 있어서 경자가 학교에 갔는데 다른 엄마들이 부러운 눈으로 경자에게 묻는다.

 

“정윤엄마, 정윤이는 얼마짜리 과외를 하길래 그렇게 공부를 잘 해요?”

“과외라뇨. 우리 정윤이는 그런거 안 해요.”

 

그렇다. 경자는 집에서 머리를 만진 돈으로 겨우 삼남매 굶기지 않을 정도였다. 젖배를 곯았던 정윤이지만 아주 영특하고 머리가 비상한 여자아이 였다. 특별히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거 같아도 정윤은 수업중에 집중을 잘 하고 숙제를 꼬박꼬박 잘 하는 것 만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었다.

 

경자는 정윤을 비롯해 용진이와 용준의 성적표와 가정예배를 카셑 테이프에 녹음을 하여 미국에서 홀로 지내는 남편 종옥에게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보낸다. 미국으로 떠난 남편이 돈을 보내주지 못하면 교회에가서 매일 울며 돈문제로 기도했는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나고 경자는 기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하나님 아버지, 정윤아빠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 홀로 낯선 타국에서 건강 잃지 않게 해 주시고 담배 끊고 교회에 나가게 해 주세요….”

 

종옥은 한국에 있을 때 거의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미국에 선원 비자로 갔기 때문에 배를 타야만 했는데 같이 간 친구들의 주장으로 미대륙에 불법체류를 하게 된다. 그 친구들이 그렇게 하자고 주장한 것은 그 배에서 수개월 동안 일하고 내려오는 선원들의 증언 때문이었다.

 

“돈 좀 많이 벌었습니까?

 

“어휴, 돈이라뇨? 배에서 일해봤자 500불도 안 남아요.”

 

종옥 일행은 배에 타지 않고 미대륙에 불법체류하기로 결심하고 메릴렌드로 택시를 타고 올라간다. 종옥 외에는 수중에 돈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미국으로 가는 남편이 비상시에 쓰라고 아내 경자가 빚을 져서 종옥에게 건네준 100만원을 택시비로 쓴다.

 

종옥 일행은 그곳에서 지붕공사일을 하게 되었다. 불법체류 신분으로서 앞으로 어떤 먹구름이 몰려 오는지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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