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 020. 노처녀 히스테리

2020. 6. 21. 00:26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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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초등학교 4학년인 1982년, 국어시간. 용진은 공책에 필기를 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선생님의 손에 잡히어 앞으로 끌려 나간다.

 

“용진아, 글씨가 이게 뭐니? 개발 새발이쟎니?”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른 즈음의 여자 선생님은 용진의 따귀를 인정사정 없이 후려 갈기기 시작한다. 용진은 항변할 새도 없이 뒤로 나가 떨어져 앞줄 걸상에 부딪혀 주저 앉아 버린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용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잠시 후 그저 울기 시작한다.

 

그 여선생은 평소엔 용진에게 잘 대해 주었다. 청소시간, 청소하는 아이들중 그래도 용진이 가장 믿음직 스러웠는지 이웃학교에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고 사회시간엔 교실 벽에 붙일 대한민국 지도를 용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용진에게 관심과 기대를 하던 그 여선생은 용진의 학업성적이 지지부진하여 실망을 했는지 그 날 따라 히스테리적 혈압상승으로 용진이 희생양이 되었는지 그 날 오후 4학년 4반의 교실 분위기는 싸늘했다.

 

 

대호를 비롯해 주위 몇몇 친구들이 용진에게 괜찮냐며 위로를 건낸다. 한 달 후 그 여선생의 생일이 돌아오고 그 여선생은 반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용진은 가지 않는다. 어느날 학교에 과학 경시대회가 있어서 아이들 전체가 연장수업에 들어간다. 그 여선생은 오십여명이나 되는 반 아이들을 위해 직육면체 모양의 옥수수빵과 200ml 비닐팩 우유를 나눠주며 저녁 연장수업에 들어간다.

 

어느덧 학년이 끝나고 5학년으로 올라간다. 이번엔 40대 중후반의 남자 선생님을 만난다. 이 반의 5, 6학년을 연속으로 맡게 된 김선생님은 전형적인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80년대 한국의 어떠한 시대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리숙한 용진은 그저 평범하게 주어진 사회와 교육 시스템에 순응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83년, 아버지 종옥이 미국으로 떠나고 아내 경자는 그저 삼남매 굶기지 않고 학교 보내는 것 하나만을 위해 온 정신을 쏟는다. 운교동 골목 전셋집으로 이사를 한 그 해 겨울, 경자는 마당에 찬바람을 막기위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단칸방 구석에 연탄난로를 설치한다. 그 난로 위에 삼남매는 쫀득이와 쥐포를 구워 먹는다.

 

 

어느날 엄마 경자는 강아지 한마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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