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 022. 은빛봉

2020. 6. 21. 00:30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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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종옥의 미국행 이후 몇 년 후 예전에 사우디에 2년간 건축일을 하고 돌아온 외삼촌도 다시 해외로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또 사우디로 갈지 매형이 있는 미국으로 갈지 고민하던 외삼촌은 만기일 직전이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결정을 하는 바람에 누나인 경자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사우디로 가면 돈을 내지 않고 미국으로 가면 1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기 때문에 그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동생! 미국으로 갈 때 돈이 들어도 사우디 보다 돈을 더 많이 버니까 더 이득이잖아?” 누나의 그 말에 동생은 거의 한 달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날 은행 문 닫기 직전에 결정을 하여 가까스로 송금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경자의 동생은 그 해 겨울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떠나는 날 경자는 삼남매를 춘천 사글세방에 남겨두고 그 날 같이 떠나는 일행과 봉고 승합차를 대절해서 김포공항에 동생을 배웅하러 간다.

 

오후가 되고 하늘은 먹구름이 끼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날이 어두워 지고 9시 뉴스에 전국적으로 폭설주의보로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삼남매는 은근히 엄마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 시절 핸드폰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기다리던 삼남매는 자정이 다가와도 오지 않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을 거 같은 걱정으로 폭설이 내리는 밤하늘 아래 큰 길가에 나란히 서서 도로 쪽을 바라본다. 한 시간을 그렇게 추위속에 서 있었을까. 어렴풋이 엄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제사 안심이 된 삼남매는 엄마에게 달려가고 경자는 왈칵 눈물이 떨어 진다. 그렇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눈으로 바뀌며 꽁꽁 얼어 경춘도로가 빙판이 되자 봉고차가 미끄러져 하마터면 강 절벽으로 떨어질 뻔 한 것이다. 다행이 봉고차의 바퀴가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뭔가에 끼어 절벽으로는 떨어지지 않고 차가 90도로 들어 올려지면서 거기에 탄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가 찢어지고 “사람 살려!”, “나 죽네!” 를 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자는 그 와중에 눈 앞에 뭔가 은빛의 봉이 나타나 그 봉을 힘껏 잡고 버티어 전혀 다친곳이 없게 된다.

 

 

 

 

다행이 모두 차에서 뛰어 내리자 주위에 미리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잡아 타고 자정이 넘어 집에 오게 된 것이다. 나중에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그 차에는 아무런 봉도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은빛 봉은 더구나..

 

예전, 춘천 도심에 있는 봉의산에 아버지가 두 아들을 데리고 새벽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급경사에서 용진이 속도가 붙어 뛰어 내려가자 아버지 종옥이 막내아들 용준에게 “어 어 용준아! 형 잡아라!” 다행이 형 용진은 그 관성을 이기고 딱 멈추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낭떨어지로 떨어질 뻔 한 것이다.

 

과연 이 세상엔 수호천사가 있는 것일까? 크게 다치거나 죽을 고비가 있을 때 이렇게 넘기게 되는 걸 보면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작용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경자는 하마터면 찬 강물에 빠져 익사할 뻔 했는데 무사히 돌아와 세 아이를 보니 만약 자기가 죽었으면 이 어린 삼남매는 어찌 됐을까 하며 이 세 아이들을 꽉 끌어 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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