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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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오류(Error) 011 - 모성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오는 과정중에 과격한 중국인들에 의해 살해 당하는 일본인 도망자들도 있었다. 여기저기 일본인들이, 살던 집과 사업체를 조선반도에 둔채 허겁지겁 짐을 싸서 일본으로 도망을 한다. 40여년 동안 이웃 나라의 피를 뽑아 먹던 일본은 순식간에 무너져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마라고 이를 갈며 본토 섬으로 돌아가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진수의 네 가족은 고향땅인 전라북도 남원에 도달한다. 지리산의 기운이 자욱한 남원의 한 변두리에 주인 없이 버려진 집을 수리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진수는 일본군에게 고문을 심하게 받은 터라 거동이 힘들어서 그의 아내 봉운이 농사일과 삵바느질로 힘은 들어도 정말 처음으로 해방된 조국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평화와 행복도 잠시..
2020.05.21 -
웹소설: 오류(Error) 010 - 몽둥이
봉운은 아픈 몸을 뉘이며 옛날 지아비(남편) 생각에 잠긴다. 일제의 어두운 하늘 아래 철도 공무원이었던 남편 박진수는 착실하고 강직한 사람이었다. 대동아 전쟁(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년 12월 일제는 조선인 중 신체 건장한 20대 남성을 착출하기시작했다. 그 중에 진수도 선발이 되어 대동아 전쟁에 나가게 된다. 일제 식민지 하에서 나라의 주권을 잃어버린 조선인으로서는 일본군이 되는 것이 당시에는 일반이었고 자연스런 일이었다. 진수는 평소에 조선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본인들에게 원한을 품지도 않았다. 일제 때 태어나서 일제의 먹구름 아래에서 성장한 진수의 뼛속 깊이 일제의 식민 교육과 일본의 우월의식이 진수의 뇌리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진수는 조선인이었지만 일본군대에서 ..
2020.05.20 -
웹소설: 오류(Error) Ch. 9 - 재떨이
일 년 후 봉운은 박영감에게서 아들을 낳는다. 박영감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봉운이 산후조리를 마치고 아기를 돌 보는 대신 박영감의 욕심에 의해 다시 농사일에 메달리게 된다. 박영감이 어디서 알았는지 한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아기의 보모로 삼고 그 이후로 봉운은 아내라기 보다는 거의 종과 같았고 근본도 알 수 없는 그 젊은 여자가 박영감의 아내 행세를 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아기가 점점 자라자 그 젊은 보모는 아이에게 세뇌를 시키기 시작한다. “동순아, 니 애미는 저 억센 여자가 아니라 나란다. 저 여자는 너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아. 그저 너의 씨 다른 두 형들을 위해 너를 낳은 것 뿐이야. 비록 난 널 낳지 않았지만 나는 널 내 친아들로 생각하고 키웠다. 그 점 명심해야 한다..
2020.05.18 -
웹소설: 오류(Error) Ch. 8 - 동생의 죽음
아버지 종옥의 가슴에는 피에 젖은 역사와 더불어 생긴 깊은 상처가 여러 개 있다.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 종술이 중학교 시절에 억울하게 어이없이 죽은 것이다. 때는 6.25 전쟁직후 종술은 전교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영민했다. 어느 날 고등학교 형들과 축구시합을 하던 중, 상대 선수의 무리한 공격으로 무릎에 큰 부상을 당하여 수술을 해야만 했다. 종술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학교측은 모금을 하여 수술비를 마련한 후, 어머니 이봉운에게 전달한다. 그걸 알아챈 의붓 아버지 박영감이 욕심이 생겨 어머니가 숨겨 놓은 수술비를 찾아 내 가로 챈다. 그동안 단순 절도로만 생각했던 종옥은 그런 줄도 모르고 동생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신문을 돌린다. “형, 이제 무릎에 감각이 없어. 하지만 괜찮을 거야. 너무 무리하지..
2020.05.18 -
웹소설: 오류(Error) Ch.7 - 불청객
아버지 종옥은 외지로 공사를 따서 집에 들어 오는 날이 한 달에도 몇 일 밖에 되지 않았다. 아빠를 보기 힘든 삼남매는 거의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지하며 아빠하고는 심정적으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경자는 남편의 부족한 경제관념을 메꾸기 위해 야매(불법)로 머리를 하게 된다. 처녀시절 남원에서 해당화 미용실을 차리고 몇 년간 했던 실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아 결혼하자 마자 그만 두었던 미용을 형편이 어려워 지자 야매로라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아직 취학 전인 막내아들 용준은, 놀아 주진 않고 머리만 말고 있는 엄마가 못 마땅한지 때도 아닌 밥을 달라고 떼를 쓴다. 보다 못한 손님이 아들 밥 부터 차려 주고 하라고 양보를 한다. 경자는 그제야 아들에게 하얀 밥과 김치와 아침에 먹다 남은 ..
2020.05.12 -
웹소설: 오류(Error) Ch.6 - 종이 코끼리
주인집 ㅂ씨동집에는 용진이 보다 한 살 적은 ㅎ이라는 손자가 산다. ㅎ은 토실토실하게 생겼고 부잣집 아들 티가 나게 윤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아 올 때면 ㅎ 엄마는 세 들어 사는 경자에게 다가와 상장을 보이며 자랑을 하곤 했다. 반면 용진은 어리숙하고 공부에 아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어느 날 누나 정윤이 모아 놓은 용돈으로 소년소녀 잡지인 소년중앙을 서점에서 사 들고 들어 온다. 그 책 속엔 두꺼운 종이로 코끼리를 만드는 코너가 마련 되어 있는데 용진이 흥미를 느끼고 시도를 한다. 마침내 코끼리가 완성이 되고 엄마에게 자랑을 한다. “엄마! 이것 좀 봐요. 내가 만들었어요. 자..” “우와! 우리 용진이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어? 대단한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
20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