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7. 11:01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어머니의 실언
을씨년스런 겨울같은 가을인 요즘, 어머니의 허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주일 온라인 예배를 드리시고 나자마자
고통에 가까운 배고픔을 호소하시는데
동생식구는 막 나가려는 참이고
입이 짧으신 어머니, 아무거나 드시지 않는데
근처 중국부페(China Buffet and Grill)로 모시고 갔다.
배가 고파선지 여느때보다 너무 맛있었다.
가격도 점심이라 그렇게 비싸지 않고
다 드시고 다행이 흡족하신지 말씀하시는 것도 많이 부드러워 지셨다.
이제 나도 요리를 해야한다.
혼자 살아본 적 없이 어머니의 손맛 그리고 지금은 제수씨의 손맛에 길들여진 나
요즘 가족들에게 내가 요리 하나 해 보겠다고 기대만 잔뜩 불어넣고 있다.
전에도 몇 번 한적이 있지만 그리 흡족하게 먹이지 못해
가족들은 그렇게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다.
어머니 홀로 삼남매를 키우시던 그 시절*
2년 터울인 삼남매가 나란히 학교에 가면
도시락 싸느라 바닥이 난 밥통, 결국 굶으신 날도 계셨다는데
라면도 돈이라 제대로 사 드시지도 못하실 정도로
우리 가족이 그당시 그렇게 가난했는지도 몰랐다.
어머니는 우리 삼남매가 그 가난을 느끼지 못하게 방패막이가 되셨던가
오늘 가게에서 어머니가 점심을 준비하시고
미싱을 밟고 있는 나를 부르신다.
"성춘아~ 삼겹살 먹어라!"
난 웃음을 터뜨렸다. 가게에서 웬 삼겹살?
즉석 삼계탕을 잘못 말씀 하신 것이다.
요즘 깜빡깜빡 하신다는 어머니
웃을 일만은 아닌데
이제 내가 손맛을 기를 차례다.
친한 교회 형 말 마따나 이 도둑손으로 과연
맛있는 음식이 나올까마는...
이번 주말, 뭐라도 시도해 보는걸로....
그런데 까다로운 어머니의 절대미각을 통과할 수 있을까?
* 아버지는 오랫동안 미국에 불법체류 신분으로
겨우 살아가시느라 돈을 보내지 못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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