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필] :: 말벌을 때려 잡고 나서의 후회

2021. 9. 19. 20:02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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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을 때려 잡고 나서의 후회

 

 

우리 가게 입구에 마리의 말벌이 앵앵거린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리가 따라 들어와서 좁은 옷수선집 형광등을 탁탁 친다. 그래서 파리채로 쳤더니 떨어졌다. 바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후로 입구에 말벌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아내 말벌이 남편을 잃고 떠나 버린 것이다.

 

이전엔 말벌과 관련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남자가 유리창을 닦아 주겠다고 하면서 명함을 내민다. 나는 필요가 없어서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리곤 차를 타고 다른 데로 간다. 그런데 다시 와서는 바랜 셔츠를 내밀며 변색된 것을 원래대로 있냐고 묻는다.

 

 

없을 같다고 하자 약간 실망하는 눈치다. 그런데 남자가 다시 목적이 과연 셔츠 때문만은 아닌 했다. 어쩌면 아까 유리창 닦는 거부한 나에게 좋은 심사를 가지고 다시 온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반전되는 순간을 말벌이 만들어 주었다.

 

셔츠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와중에 말벌이 가게에 들어오려 것이다. 그래서 내가 놀라서 발버둥을 치자 남자가 웃는다. 말벌에 먹은 우스꽝스런 모습이 남자로 하여금 부정적 심사를 지워 버리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말벌을 내가 잡아 죽였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 아닌가. 옛날 사람들은 미물이 방에 들어오면 살려서 밖으로 보냈다는데 그러면 복이 온다고 믿은 모양이다. 미물이라고 함부로 죽이는 일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겠다. 인간 또한 미물과 크게 다르지 않게 천재지변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리는 존재이지 않은가.  

 

2021.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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