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필] :: 음흉 아기 다니엘
2021. 2. 14. 08:10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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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 아기 다니엘
아직 두 살도 안 됐다. 2주 후면 딱 두 살이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다니엘은 말 습득도 빠르다. 어제 식구들 이랑 저녁을 먹는데 국을 들이키던 다니엘이 “시원하다~!”를 연발하더니 바로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말을 내뱉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자 제수씨가 이빨에 끼었다는 말이라고 한다.
식탁에다가 바로 침이 튈 뻔 했다. 요즘 또 많이 쓰는 다니엘의 어휘는 “괜찮아”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괜찮”까지만 끊어 쓰다가 어떤 문법적 깨달음이 왔는지 “아”를 붙인다. 급하게 걸어가다가 넘어 질 때나 모서리에 부딪히기만 하면 스스로 “괜찮아!”하며 가족들의 걱정을 붙들어 매 준다.
유난히 잘 다치기도 해 선지 “괜찮”이라는 어휘를 이른 나이에 터득했다. 지금도 저쪽에서 다니엘이 할머니와 엄마에게 “안돼~!”하며 땡깡을 부린다. 낮잠 잘 시간이 지나긴 했다. 며칠 전인가? 내 방에서 잠옷으로 갈아 입는데 다니엘이, 물론 노크도 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온다.
같은 남자끼리 더구나 애기가 뭘 알겠는가? 그런데 빤스 바람의 내 하체를 본 대니의 눈빛이 사뭇 음흉하다. 생김새가 임꺽정 같다고도 하는 이 아기의 얼굴은 한 일곱 살 짜리다. 남녀 칠 세 부동석이라지만 대니에게는 남녀 두 돌 부동석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2021.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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