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필] 지천명을 바라보는 노총각의 고통

2022. 5. 3. 20:1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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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육체는 그런대로 견딜 만 한데 이 마음이 왜이리 힘든지. 미싱을 돌린 지 20여년, 손님이 반갑기는커녕 도망치고 싶다. 전에도 간혹 그런적이 있어서 새로울 건 없지만 요즘 나의 상태로 봐선 이 업종을 그만 둘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며칠 전 중개업자에게 팔아 달라고 의뢰를 했다. 아직 이 옷수선을 대체할 뾰족한 돈벌이는 없지만 몇 개월 잠시 쉬면서 이제 곧 맞이할 지천명 50세에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싶다.

 

오래 전부터 나는 작가로서 평생을 살고 싶었다. 디카시, 시조, 자유시, 수필, 소설 등 머릿 속에 대단한 지식은 없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리 특별할 거 없는 인생이지만 나라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나오는 컨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컨텐츠가 돈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내 마음이 힘들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인데 지난 토요일 가게문을 막 닫고 내쉬빌 동쪽에 Percy Priest Dam에 바람 쐬러 갔다.

 

이 영상의 배경은 바로 그 호수다. 바람을 맞으며 앉아서 넓은 호수를 보고 있는데 나랑 비슷한 처지인지 한 남자가 저 쪽에 앉아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남자 혼자  온 이유는 아마 단 하나 답답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2시간을 호숫가에서 서성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2주 동안 깎지 않아 무성한 풀이 내 마음과 닮아 있었다. 동생이 깎겠다고 했지만 내가 잔디깎기의 시동을 걸었다. 온전히 힘으로 깎아야 하는 이 값싼 기계를 한시간 가량 돌리니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해질녘이 되어 멈추고 나머지는 다음 날 깎기로 했다.

 

깎고 나니 마음이 좀 개운해 진 듯 했다. 땀을 흘리니 마음의 노폐물도 함께 나오는 듯 했다. 오늘 마저 깎고 막걸리를 들이켰다. 약간 알딸딸 하니 기분이 좀 괜찮은 듯 했다. 내일 가게에서 어떤 하루를 보낼 지 미지수지만 너무 괴로워 하지 말자. 인생, 그까이꺼 별건가. 삼시 세끼 밥 굶지 않는 걸로 오케이다.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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