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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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도 등급이 있다
손님에도 등급이 있다 일주일 전 레슬리 하인릭이라는 독일계 여자 손님이 커튼 4개를 맡기며 견적을 물었다. 라이닝이 있었지만폭이 그리 크지 않아 하나당 20불 정도라고 했다. 며칠 후 그것을 하는데 생각보다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적어도 30불은 받아야 억울하지 않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미 20불로 견적을 해 놓은 상태라 30불이라고 하면 놀랄거 같아 25불로 매겨 총 100불로 해 놓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손님이 실을 가지고 우리 가게에 찾아 왔다. 마침 다 된 것을 보여 주자 좋아했다. 가격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100불을 청구하자 120불을 내며 감사하다면서 커튼을 안고 나간다. 내 컴퓨터엔 손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2011년 부터 기록하여 총 4200명이 넘는다. Yelp..
2017.08.03 -
목적이 이끌지 않는 글 - 지퍼를 고친 오늘
목적이 이끌지 않는 글 지퍼를 고친 오늘 토요일인 오늘, 6월이 다 지나고 있다. 가게는 한가하여 돈은 적으나 몸은 편하다. 해마다 뭔 일이 터지는 프람시즌 드레스는 더이상 가져 오지 않으니 살 것 같다. 부모님이 하시는 이 옷수선 가게에 발을 들여 놓은지도 십 년이 넘었다. 얼마 전 찾아가지 않는 오래된 옷들 정리해서 팔려고 내 놓았다. 그리고 카운터에 “ON SALE (판매중)” 푯말을 붙였다. 나흘이 지났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옷을 고치러 왔지 사러 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지 그 푯말이 눈에 들어 오지 않나 보다. 옷과 친하지 않는 내가 지난 십여년간 옷을 고쳐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 오다니. 그나마 지퍼는 나의 생리에 맞다. 후줄거리는 옷은 영 손에 잡히지 않아도 고정된 지퍼는 내 손에..
2017.06.25 -
YMCA 셔츠의 스티그마?
YMCA셔츠의 스티그마? 일주일에 두 세번은 YMCA에 간다. 카드를 내 밀면 바코드에 스캐너를 비추어 삐 소리가 난다. 오늘따라 입구 선반에 잔뜩 개켜있는 YMCA 티셔츠에 시선이 간다. 평상시 한 번도 말을 걸어 본적 없는 여직원에게 셔츠 한장만 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건네준다. 그런데 YMCA에 이 셔츠를 입고 오는 사람을 전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걸 입고 이곳에 오면 왠지 쳐다볼거 같아서 이 셔츠를 나 또한 입지 못한다. 이번에 나온 셔츠는 하얀 바탕에 아령모양의 디자인이다. 그런대로 세련되어 보인다.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든 셔츠같다. 하지만 이 YMCA 티셔츠는 앙드레김 할아버지가 디자인을 한다해도 YMCA 마크가 낙인은 아니지만 그걸 입고 YMCA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2017.06.11 -
저 세상에 신호를 보내다
저 세상에 신호를 보내다 감각기관으로 확실히 느껴져 오는 익숙한 이 현실세계가 허상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볼을 꼬집으면 아프기 때문에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 확신 합니다. 만약 신경이 마비되어 꼬집어도 느끼지 않는다면 현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어떤 영상에서 게임중독에 걸린 어느 청소년이 칼로 방에서 자고 있는 친누나를 열 두번이나 찔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소년은 정신을 차리고보니 자기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고 경찰에 신고 했습니다. 다행이 그 누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 소년은 이 현실세계를 게임속 세계로 착각한 것입니다. 게임속 세계(사이버 세상)는 이 현실세계에서 제어(control) 당합니다. 하지만 게임세계에 빠지다 보면 게임세계..
2017.06.07 -
그 브라자(브레지어)의 수명
그 브라자(브레지어)의 수명 우리 옷수선 가게에 어떤 80대 쯤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아내의 큰 브라자 두 개를 들고 들어온다. 세탁을 하지 않았는지 땀냄새가 확 전해져 온다. 그 백인 할아버지는 몸이 좀 불편한지 몸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말투도 아주 어눌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그 브라자는 철사가 삐집고 나와 살을 찔러 그 문제 때문에 우리 가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정도 낡았으면 버릴 때도 된 것인데 할 수 없이 어머니는 어거지로 철사가 나오지 못하게 그 부위를 실로 꿰메셨다. 그리고 가격을 10달러를 적었다가 8달러로 낮추었다. 찾아가는 그 할아버지는 그 철사부위를 살피더니 만족스럽게 찾아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브라자 오래 못 갈거 같다고 하신다. 생물체건 물건이건 거의 모든 ..
2017.06.06 -
학교의 진정한 의미
학교의 진정한 의미 참 암담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과도한 공부에 시달려 제대로 놀지 못해 분노가 싸여만 간다하니. 그 분노는 스트래스이고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수준을 넘어가면 정신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학교(School)의 어원은 Schole(여가)이고 남는 시간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색하고 사물을 탐구 할 때에 진정한 배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한국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미 가공된 지식뭉치를 머릿속에 억지로 집어넣는 공장과 같다. 그것은 마치 오리의 부리를 억지로 벌려 먹이를 주입해서 살을 찌우는 것과 다름 없다.학교가 아이들에게 여유있는 배움의 터전이 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웃어대는 운동장이 활기를 찾고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마음껏 궁리하며 떳떳하..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