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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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그 특별한 노동
노동절, 그 특별한 노동 평상시 옷을 고치는 노동으로 밥 먹고 사는 나는 얼마 전 노동절 연휴에 우리 옷수선집 작업대 조명을 신식으로 바꾸고 스위치 하나로 조명과 아이론 전원을 통제하는 공사를 했다. 대학 전공으로 전기기술을 배운 덕에 기술자를 부르지 않고 내가 직접 시도해 본 것이다. 또한 몇 달 간 전기공사 일을 해 본 적이 있어서 그 경험을 믿고 어설프나마 연장을 챙겨 가게로 갔다. 올해 들어 우리 옷수선집 명의를 어머니에서 아들인 나로 변경했다. 그런 과정에서 소방서 직원이 우리 가게 전기배선을 점검 하다가 조명을 비롯한 몇 군데 지적을 해 준 것이다. 약 석 달 간의 시간을 주고 그 기간내에 고칠 것을 요구하였다. 그 만기일이 9월 중순인데 지난 9월 3일 노동절에 그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
2018.09.11 -
그 흑인손님의 미소
그 흑인손님의 미소 화장실만 들어가면 손님이 오는 묘한 옷수선 가게를 어머니와 17년 동안 하다보니 얼마 전 중년의 한 단골 흑인손님의 미소를 상상할 일이 생겼다. 여느 때와 같은 미싱 밟는 하루,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프래드(Fred)라는 오랜 단골손님이 바지를 찾으러 왔다가 영어가 서투신 어머니께 한마디 던지고 갔다고 한다. 대충 통밥으로 알아 들으신 어머니는 볼 일을 다 보고 나오는 아들에게 그 손님 얘기를 하신다. "그 흑인손님이 창문에 붙어 있는 선전용 미싱 밟는 아줌마 그림 스티커를 가리키면서 그 아줌마가 흑인이 됐다고 하는 거 같다." 평상시 내 눈에 들어 오지도 않던 문 옆 유리창에 그 그림을 일부러 문을 열고 나가 쳐다 보니 미싱 부위는 다 떨어져 나가고 인종을 알 수 없..
2018.05.29 -
오늘을 코딩하다
오늘을 코딩하다 이 세상에는 인간 외에도 머리 좋은 동물이 많다. 돌고래, 침팬지, 개 등등. 하지만 그들은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로 소통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이다. 요한복음 첫 장에도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말씀은 논리이고 언어다. 질서다. 모든 창조물은 논리와 질서가 있다. 창조물에 병이 생기는 것은 논리가 깨지고 무질서 해지는 데에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제대로 작동하려면 코드가 논리적이고 질서정연해야 한다. 오늘 하루가 또 시작된다. 수 많은 언어를 듣고 말하고 쓸 것이다. 오늘 접하는 모든 언어가 곧 나의 하루이다. 어떠한 언어를 접하느냐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이 코딩된다. 하루하루의 삶은 온전한 나를 향한 코딩..
2018.05.22 -
정신병을 살짝 뒤집어 보다
정신병을 (살짝) 뒤집어 보다 정신병. 이 단어가 기분 나쁜 이유는, 특히 이 병에 걸린 자가 더욱 기분 나쁜 이유는, 이 병에 걸리면 사회적으로 낙인(스티그마)이 찍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동기는 그동안 정신병에 더덕더덕 묻은 그 찐득찐득한 낙인을 조금이나마 긁어내어 상당 부분 잘못된 인식과 오해를 풀기 위함이다. 먼저 정신병에 관하여 짚어보기 전에 정상인(Normal person)의 정의(Definition)를 알아본다. 사전을 뒤적일거 없이 필자 나름의 정의는 이렇다. 어떤 공동체 안에서 대다수가 상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생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그래서인지 가끔 상대방이 의외의 특이한 말과 행동을 할 때, "너 미쳤니?" 하고 상대방에게 주의(Caution)를 준다. 그 상대방..
2018.05.07 -
엄마의 미국 시민권
엄마의 미국 시민권 한국에서 영어를 배워 본 적 없으신 어머니께서 미국 이민 24년 만에 시민권 면접시험을 보러 지난 화요일(2017. 12. 19), 새벽 4시에 일어나 이곳 내쉬빌에서 3시간 반 서쪽에 있는 멤피스 이민국으로 나와 함께 가시게 되었다. 아침 8시로 약속 시간이 적혀 있는 통지서를 가방에 넣고 여권과 몇 개의 증명서류도 챙겼다. 몇 달 전 그 통지서가 집에 도착 했을 때 동생이 읽어 보더니 미국에 거주한지 20년 넘은 노인은 시험면제라 해서 나도 읽어 보니 같은 뜻으로 머리에 들어 왔다. 그래서 시험 하루 전 까지 어머니는 태평하게 걱정 붙들어 매고 지내 오셨다. 그런데 왠지 그 통지서를 다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시험바로 전 날 찬찬히 읽어 보니 미국에 거주한지 20년 넘은 노..
2017.12.24 -
음란의 풍조에 표류하다 - 가위눌린 후
음란의 풍조에 표류하다 가위눌린 후 지금 시각 새벽 3시 18분.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나는 좁은 내 방에서 비몽사몽간에 귀신과의 피 튀기는 싸움이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꿈은 다음과 같다. 어느 주유소 였던거 같다. 밤 시간에 어떤 숫자를 클릭하여 끌어다가 어디에 붙이니 그 액수만큼 나의 돈이 되는 것이었다. 마치 컴퓨터에서나 하듯 나는 어느 주유소에서 그렇게 몇 센트씩 끌어다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는 것이었다. 많이 늦은 나이에도 연애 한 번 못해 보고 당연히 결혼도 못한 나로서 음란의 유혹은 당연한지 모르겠다. 어젯밤 한동안 하지 않던 온라인 매칭 사이트를 기웃 거리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잠이 들었다. 포스트모더니즘, 다원주의 시대에 믿음을 잃은지 오래 되었다. 그러나 권사님이신 어머니와..
201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