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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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있는 아이, 제시카
원칙이 있는 아이, 제시카 아직은 다섯 살, 제시카는 결국 촛불을 끄고 말았다. 토요일인 어제, 한겨울이지만 날씨가 맑고 따뜻했다. 바로 어제 멤피스에 사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송사리가 오랜만에 이곳 내쉬빌로 3시간을 운전해서 나를 보러 왔다. 그의 아내 지수씨가 옷 고칠걸 보내면서 향기나는 양초 두 개를 선물로 보내왔다. 내가 양초 좋아하는걸 어찌 알고… 그 날 송사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그 날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교회에서 구정 윷놀이를 즐기고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그 양초가 생각이 나서 불을 붙여 식탁 중앙에 놓았다. 그랬더니 제시카가 생일인줄 알고 흥분을 하며 자기가 촛불을 끄겠다고 난리다. 그런거 아니라며 밥 다 먹고 끄라고 하니 알아 들었는지 조용히 밥을 먹는다. 그런데 밥 먹는 중간중..
2018.09.28 -
어머니날, 짭짤한 선물
어머니날, 짭잘한 선물 지난 어머니날 아침, 난 일어나자 마자 헐레벌떡 컴퓨터를 켜고 어머니에게 드릴 카네이션 사진을 첨부한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인쇄했다. 거실로 내려가니 엄마는 탁자에 앉아 벌써 뭔가를 드시고 계셨고 5살 짜리 조카와 제수씨가 부엌에 있었다. 나는 100불짜리 지폐가 든 편지봉투를 엄마께 드렸다. 엄마는 바로 뜯어 읽어 보신다. 어느 구절에서 엄마는 울컥 하셨다. 그걸 지켜 보던 조카 제시카도 운다. 할머니가 우시니 제시카도 따라 우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제수씨 말로는 그게 아니란다. 셈이 나서 우는 거란다. 어머니날인 오늘, 삼촌은 할머니께 뭔가를 드리고 할머니는 감동까지 하는데 자기는 엄마한테 드릴게 없어서 운다는 것이다. 그리곤 제수씨는 제시카에게 “너 자체가 선물이야...
2018.09.26 -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어요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어요 생명나무라는 속(구역)에서 신앙생활 한지 2년. 올해 새롭게 속 식구들이 재편성되어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J 라는 집사님 가정이 있다. 어제 속회(구역예배) 모임을 갖었는데 월요일인 오늘 그 집사님의 한마디 말을 묵상하며 일을 했다. 부목사님의 수고로 만든 속회모임을 위한 삶의 적용 질문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삶 속에서 시험 당한 일 나누기.. 내 차례가 돌아 왔을 때 나는 별로 생각 나는게 없어서 그 날 있었던 작은 사연을 짧게 나누었다. 별 기대 없이 던진 나눔의 말에 몇몇 분이,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연을 연달아 말씀 하시는게 아닌가. 나의 그 날 있었던 사연은 이렇다. 주일 친교후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화장실 쪽으로 걷는데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는 어느 남자 집..
2018.09.26 -
노동절, 그 특별한 노동
노동절, 그 특별한 노동 평상시 옷을 고치는 노동으로 밥 먹고 사는 나는 얼마 전 노동절 연휴에 우리 옷수선집 작업대 조명을 신식으로 바꾸고 스위치 하나로 조명과 아이론 전원을 통제하는 공사를 했다. 대학 전공으로 전기기술을 배운 덕에 기술자를 부르지 않고 내가 직접 시도해 본 것이다. 또한 몇 달 간 전기공사 일을 해 본 적이 있어서 그 경험을 믿고 어설프나마 연장을 챙겨 가게로 갔다. 올해 들어 우리 옷수선집 명의를 어머니에서 아들인 나로 변경했다. 그런 과정에서 소방서 직원이 우리 가게 전기배선을 점검 하다가 조명을 비롯한 몇 군데 지적을 해 준 것이다. 약 석 달 간의 시간을 주고 그 기간내에 고칠 것을 요구하였다. 그 만기일이 9월 중순인데 지난 9월 3일 노동절에 그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
2018.09.11 -
그 흑인손님의 미소
그 흑인손님의 미소 화장실만 들어가면 손님이 오는 묘한 옷수선 가게를 어머니와 17년 동안 하다보니 얼마 전 중년의 한 단골 흑인손님의 미소를 상상할 일이 생겼다. 여느 때와 같은 미싱 밟는 하루,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프래드(Fred)라는 오랜 단골손님이 바지를 찾으러 왔다가 영어가 서투신 어머니께 한마디 던지고 갔다고 한다. 대충 통밥으로 알아 들으신 어머니는 볼 일을 다 보고 나오는 아들에게 그 손님 얘기를 하신다. "그 흑인손님이 창문에 붙어 있는 선전용 미싱 밟는 아줌마 그림 스티커를 가리키면서 그 아줌마가 흑인이 됐다고 하는 거 같다." 평상시 내 눈에 들어 오지도 않던 문 옆 유리창에 그 그림을 일부러 문을 열고 나가 쳐다 보니 미싱 부위는 다 떨어져 나가고 인종을 알 수 없..
2018.05.29 -
오늘을 코딩하다
오늘을 코딩하다 이 세상에는 인간 외에도 머리 좋은 동물이 많다. 돌고래, 침팬지, 개 등등. 하지만 그들은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로 소통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이다. 요한복음 첫 장에도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말씀은 논리이고 언어다. 질서다. 모든 창조물은 논리와 질서가 있다. 창조물에 병이 생기는 것은 논리가 깨지고 무질서 해지는 데에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제대로 작동하려면 코드가 논리적이고 질서정연해야 한다. 오늘 하루가 또 시작된다. 수 많은 언어를 듣고 말하고 쓸 것이다. 오늘 접하는 모든 언어가 곧 나의 하루이다. 어떠한 언어를 접하느냐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이 코딩된다. 하루하루의 삶은 온전한 나를 향한 코딩..
2018.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