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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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 아줌마
찍소 아줌마 NaCl "Have a good day~!" (좋은 하루 되세요) 이 말은 결코 가게 주인의 인사말이 아니었다. 우리 가게, **옷수선과 거래하는 **세탁소 주인 아줌마는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분이다. 오늘도 옷을 찾으러 갔다가 어떤 손님이 그 아줌마에게 정다운 인사를 건냈는데 그 아줌마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면 주인 아저씨는 애교도 있고 수다가 좀 있으신 분이다. 앵무새랑은 살아도 찍소랑은 못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말 많은 아저씨가 찍소인 그 아줌마와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상대방이 뭐라고 말하면 도통 반응이 없으셔서 아마도 아저씨가 답답증에 걸릴 거라 생각했다. 어느날 컴맹인 아저씨가 인터넷이 안 된다며 나를 집으로 호출을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 아줌마..
2018.10.25 -
마음을 움직인 손님 - 인종차별에 대해
마음을 움직인 두 손님NaCl미국 남부, 사투리 심한 작은 도시인 이곳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가장 대하기 힘든 손님은 백인 노인들이다. 이름이 '스킵'인 백인 남자 노인과 '로버타'라는 백인 여자 노인이 있는데 그 분들은 처음 우리 가게에 들어 설 때 부터 BMW와 캐딜락을 딱 주차 해 놓고 어머니와 나를 무시하는 시선과 말투로 일관했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났을까? 그러던 말던 우리는 꼼꼼히 일을 해 주고 친절히 대하려 애를 썼다. 그러자 언제 부턴가 그 두 노인의 눈빛이 수그러지고 말투도 좀 부드러워 진거 같다. KKK의 본부가 있다는 이곳에서 살면서 은근히 동양인 내리깔고 보는 백인들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우리 할 일 하다보면 그들도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지 태도가 달라진다. 미 전역에서 흑인들이 경..
2018.10.24 -
상처, 그 행운의 액땜
상처, 그 행운의 액땜NaCl누나와 두 조카 딸, 동생 내외와 두 조카 딸, 어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매형을 제외한 아홉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삼겹살을 조용히 구워 먹는 수요일 저녁, 별안간 내 옆에 앉아 오물오물 먹던 동생의 막내 딸 네 살 짜리 제시카의 입에서 쿵하고 소리가 났다. 그 작은 손이 입을 막고 있다. 몸을 앞 뒤로 흔들며 먹다가 얼굴 높이의 상에 입을 찧은 것이다.몸을 웅크리고 입을 막고 있을 뿐 신음소리조차 없다. 동생이 말하길, 제시카는 너무 아프면 아플수록 울지 않는다고 한다. 놀란것도 있지만 부끄러워서 그런단다. 이 상황에서 제시카의 할머니, 즉 나의 어머니가 처녀시절 추억담을 꺼내신다. 초등학생 때였을까? 교회학교 아동부 찬양대 연습을 하러 가는 언니들을 따라 교회에 갔다. 불행..
2018.10.23 -
마음 냄비
마음냄비 냄비에 물을 끓여 라면을 넣으면 따끈한 라면 한사발을 먹을 수가 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 넣고 파와 버섯, 고추등을 넣어 끓이면 구수한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 내 마음이 냄비라면 이 마음에 무얼 넣어 끓일까. 오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 어느날은 꿀꿀하고 어느날은 괴롭고 어느날은 상쾌하고 어느날은 즐겁다. 그것은 내 마음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가에 따라 나의 기분과 말과 행동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는 오감, 즉 눈, 코, 입, 귀, 촉을 통해 세상의 정보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 마음엔 예전에 경험했던 수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서 언제고 다시 불러 올 수 있다. 과거의 정보와 현재 접하는 정보가 섞여 내 마음에 담기고 그 마음에 따라 나의 기분이 달라지고 말과 행..
2018.10.23 -
두 가지 생명
두 가지 생명 인간의 삶은 그 잘난 성공을 향해 공부하며 일하며 무진장 애를 쓰며 대개 살아간다. 그 성공은 주로 자아실현과 자기만족에 치우쳐 있고 그 성공을 향한 수단과 방법은 때에 따라서 양심을 속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목적한 바를 이루면 그 성공이 과연 이 하나뿐인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든 인간은 인생의 끝이 결국 죽음임을 안다. 그러나 그 죽음을 큰 병에 걸리지 않는 한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 죽음을 생각하게 되면 지금 내가 흘리는 땀과 노력이 무의미해 지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성공이란 종이 트로피에 불과하다. 그러나 죽음이 곧 성공이 된 사례가 있다. 그것은 약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33년을 거닐며 하나님나라를 전파하다가 신성모독죄로 나무에 달려 죽은 청년의 이야기이..
2018.10.22 -
바알과 야훼
바알과 야훼NaCl인간의 존재가 언제부터인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문제가 시작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고통이 따랐는데 그 문제 해결의 처방으로 인간의 고통에 초점을 두었던 신앙이 농경사회에서 발생한 바알신앙이다. 반면 그 고통의 근원에 죄가 있음을 깨닫고 그 죄에 초점을 맞춘 신앙이 목축사회에서 발생한 야훼신앙이다. 아마도 목축사회에서는 염소나 양을 도축하기 때문에 살생에 대한 죄의식이 만연했을 것이다. 실험실 생쥐를 무수히 잡아온 연구원도 그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목축사회보다는 노동이 갑절이상 필요하고 힘들었을 것이고 자연히 고통이라는 개념이 구성원들 사이에 팽배했을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농사를 짓는 가인이 신께 수확물로 ..
201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