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1)
-
마음의 폭풍이 지나간 후
이제 내 나이 40대 후반에 접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나이는 적어도 60은 되어야 한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대, 그것도 40대 후반이라는 현실에 아직 미혼인 나로선 이제 결혼같은 건 내려 놓아야 한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온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옷수선이다. 혼자 가게에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드레스와 양복을 하시기에 우리 가게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옷수선 가게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 없이는 이 가게가 제대로 돌아 갈 수가 없다. 최근 일주일 넘게 이 마음이 지옥을 경험한 이유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하고 일흔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에..
2019.05.02 -
경찰! 움직이지마!
경찰! 움직이지마! 우리 옷수선 가게에는 유난히 경찰이 많이 온다. 이곳 경찰 국장도 우리 가게 단골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찰 손님이 여러 개의 유니폼 셔츠 품을 몸에 딱 맞게 줄이려고 왔다. 평소 운전하다가 길가에 경찰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마음이 쫄리는데 가게에서 보는 경찰 손님은 왠지 전혀 무섭지가 않다. 방탄조끼를 입은 그 경찰은 셔츠를 하나하나 입으며 나는 핀으로 바디라인을 살려 찝는다. 그러는 와중에 움직이지 말라고도 하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도 하고 뒤로 돌아 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은 대개 경찰이 범인에게 하는 말인데 재봉사인 나는 경찰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나에게 꼼짝 못한다. 핀을 몸에 가까이 대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대로 복..
2019.04.12 -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이란 낱말은 흔히들 나쁜 습관 같은 의미로 알고 있다. “단점”에서 “단”은 “짧다”라는 뜻이다. 짧은 건 오래 가지 못한다. 멀리 가지 못한다. 하지만 단점이 혼자 있지 않고 적절한 곳에 심겨지면 오래 가고 멀리 가는 장점이 된다. 잘 알려진 대로 “내향적”이라는 성격은 요즘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재인식 되어지고 있다. 그것은 내향적인 성격이 잘 어울리는 환경과 상황을 만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한 총각이 몇 년 간 웃지 않고 우울해 하는 처녀를 만났을 때 어쩌면 그 처녀는 웃음을 터뜨릴 지 모른다. 거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굳이 장점과 단점으로 양분해서 38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
2019.04.10 -
한나 누나 고마워!
한나 누나 고마워! 어제였던가? 저녁식사 중 일곱 살 배기 조카, 제시카가 삼촌인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 할 만한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 될 만한 문장으로 만들기가 그 나이엔 어려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들리는 단어가 몇 개 있었다. 싱글, 애기, 힘들어서 등등의 낱말이 뒤죽박죽 섞인 문장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제시카의 질문은 무엇일까? 약 한 달 전, 함께 사는 동생이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 위로 누나도 두 딸, 아래로 남동생도 두 딸만 있었다가 동생이 아들을 낳으니 우리 집안으로서는 경사였다. 원래 예정 날은 3월 23일인데 2월 28일, 가게에서 어머니와 미싱을 돌리는 오후, 급하게 동생에게서 전..
2019.04.06 -
안녕 사리야 [영혼의 자유에 대해]
안녕~ 사리(가명) 카톡에 네가 "안녕!" 했길래 드는 생각이, 잘 지내나 걱정되는구나. 너 집으로 돌아간 후 1, 2주 동안은 영적으로 힘들었고 그 주일에 교회에 가지 않았고 얼마 있지 않아 곧 영적으로 회복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 다음주 교회에 갔다. 사실 네가 오기 얼마 전부터 내 심령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가게에서 엄마와도 좀 좋지 않았어. 마음이 강퍅하다는 말을 했었는데 다른 말로는 마음이 돌같이 굳었다 라고도 하고 그런 상태가 되면 매사에 부정적이 되고 상처도 잘 받고 상처도 잘 주고 완고해 지고 얼굴 표정도 굳어지지. 그런 상태를 영적으로 병들었다고도 해.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잘 웃고 말투도 부드럽지. 어린아이가 대표적이지. 교회 한 주 빠졌다고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연락이..
2019.03.30 -
지중해 요리에 고추장을 바르다
지중해 요리에 고추장을 바르다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약 5년 전? 즉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우리 옷수선 가게 바로 옆 도랑에 아버지께서 누군가로부터 얻은 미나리 뿌리 몇 포기를 훅 던진 이후, 2019년인 지금 그 도랑은 미나리 천지다. 미나리는 몸에 해독작용도 하는 아주 유용한 약초이다. 며칠 전에도 이웃 백씨 아주머니께서 미나리를 끊으러 우리 가게에 오셨다. 그 바로 며칠 전엔 옆 가게 지중해 식당 주방장이 우리 엄마가 도랑에서 미나리 끊는 걸 봤는지 우리 가게에 찾아 와서는 그 풀 먹는거였냐며 어떻게 해 먹냐며 물어왔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도랑에 나가보니 미나리 밭이 아주 대머리처럼 민들민들 해졌다. 다 끊어간 것이다. 지중해 식당은 향이 나는 약초를 잘 사용한다. 그 식당은 규..
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