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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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움직이지마!
경찰! 움직이지마! 우리 옷수선 가게에는 유난히 경찰이 많이 온다. 이곳 경찰 국장도 우리 가게 단골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찰 손님이 여러 개의 유니폼 셔츠 품을 몸에 딱 맞게 줄이려고 왔다. 평소 운전하다가 길가에 경찰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마음이 쫄리는데 가게에서 보는 경찰 손님은 왠지 전혀 무섭지가 않다. 방탄조끼를 입은 그 경찰은 셔츠를 하나하나 입으며 나는 핀으로 바디라인을 살려 찝는다. 그러는 와중에 움직이지 말라고도 하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도 하고 뒤로 돌아 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은 대개 경찰이 범인에게 하는 말인데 재봉사인 나는 경찰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나에게 꼼짝 못한다. 핀을 몸에 가까이 대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대로 복..
2019.04.12 -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이란 낱말은 흔히들 나쁜 습관 같은 의미로 알고 있다. “단점”에서 “단”은 “짧다”라는 뜻이다. 짧은 건 오래 가지 못한다. 멀리 가지 못한다. 하지만 단점이 혼자 있지 않고 적절한 곳에 심겨지면 오래 가고 멀리 가는 장점이 된다. 잘 알려진 대로 “내향적”이라는 성격은 요즘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재인식 되어지고 있다. 그것은 내향적인 성격이 잘 어울리는 환경과 상황을 만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한 총각이 몇 년 간 웃지 않고 우울해 하는 처녀를 만났을 때 어쩌면 그 처녀는 웃음을 터뜨릴 지 모른다. 거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굳이 장점과 단점으로 양분해서 38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
2019.04.10 -
한나 누나 고마워!
한나 누나 고마워! 어제였던가? 저녁식사 중 일곱 살 배기 조카, 제시카가 삼촌인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 할 만한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 될 만한 문장으로 만들기가 그 나이엔 어려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들리는 단어가 몇 개 있었다. 싱글, 애기, 힘들어서 등등의 낱말이 뒤죽박죽 섞인 문장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제시카의 질문은 무엇일까? 약 한 달 전, 함께 사는 동생이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 위로 누나도 두 딸, 아래로 남동생도 두 딸만 있었다가 동생이 아들을 낳으니 우리 집안으로서는 경사였다. 원래 예정 날은 3월 23일인데 2월 28일, 가게에서 어머니와 미싱을 돌리는 오후, 급하게 동생에게서 전..
2019.04.06 -
안녕 사리야 [영혼의 자유에 대해]
안녕~ 사리(가명) 카톡에 네가 "안녕!" 했길래 드는 생각이, 잘 지내나 걱정되는구나. 너 집으로 돌아간 후 1, 2주 동안은 영적으로 힘들었고 그 주일에 교회에 가지 않았고 얼마 있지 않아 곧 영적으로 회복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 다음주 교회에 갔다. 사실 네가 오기 얼마 전부터 내 심령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가게에서 엄마와도 좀 좋지 않았어. 마음이 강퍅하다는 말을 했었는데 다른 말로는 마음이 돌같이 굳었다 라고도 하고 그런 상태가 되면 매사에 부정적이 되고 상처도 잘 받고 상처도 잘 주고 완고해 지고 얼굴 표정도 굳어지지. 그런 상태를 영적으로 병들었다고도 해.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잘 웃고 말투도 부드럽지. 어린아이가 대표적이지. 교회 한 주 빠졌다고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연락이..
2019.03.30 -
지중해 요리에 고추장을 바르다
지중해 요리에 고추장을 바르다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약 5년 전? 즉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우리 옷수선 가게 바로 옆 도랑에 아버지께서 누군가로부터 얻은 미나리 뿌리 몇 포기를 훅 던진 이후, 2019년인 지금 그 도랑은 미나리 천지다. 미나리는 몸에 해독작용도 하는 아주 유용한 약초이다. 며칠 전에도 이웃 백씨 아주머니께서 미나리를 끊으러 우리 가게에 오셨다. 그 바로 며칠 전엔 옆 가게 지중해 식당 주방장이 우리 엄마가 도랑에서 미나리 끊는 걸 봤는지 우리 가게에 찾아 와서는 그 풀 먹는거였냐며 어떻게 해 먹냐며 물어왔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도랑에 나가보니 미나리 밭이 아주 대머리처럼 민들민들 해졌다. 다 끊어간 것이다. 지중해 식당은 향이 나는 약초를 잘 사용한다. 그 식당은 규..
2019.03.25 -
독서를 뽀개다
독서를 뽀개다 책은 언어의 묶음이다. 간혹 사진과 그림도 끼어 있다. 우리는 그 책이란 것을 읽어야만 한다고 많이 읽어야 한다고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책을 많은 시간을 들여 읽어야만 하는 것인가? 독서라는 행위는 요즘같이 여러 매체가 발달된 시대에는 여러 지식습득 중 하나일 뿐이다. 예전 같으면 거의 모든 지식습득의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을 통해서만 이루어 졌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여러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는 이 시대에 책 만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책을 한 달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한 나를 합리화하기 위한 글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가 가만히 앉아 책을 읽게 만들어 주지 않는 데다가 독서를 반강제로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압박이 있기에 조..
2019.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