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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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관람후기
오늘 이곳 내쉬빌에서 오마니와 함께 영화 "기생충(Parasite)"을 봤다. 으리으리한 그 박 사장의 저택 밑바닥에 미로같이 구불구불한 음침한 지하실이 마치 창자를 연상케 하고 무슨 이유인지 그 안에서 칩거하는 우중충하게 생긴 가정부의 남편이 기생충을 상징하는듯 하다. 어쩌면 박 대표 가족은 그저 지구라는 창자 안에 좀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고 사는 십이지장충 일 수 있고 반 지하 김씨 가족은 냄새나는 항문 근처에 요충일 수도 있다. 누구나 지구는 우리가 영원히 살 곳이 아님을 안다. 누구든 주어진 수명을 살다 떠나야만 한다. 누구나 떠나야 한다면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든 못 먹고 못 살든 잘 먹으면 그저 때깔 좋은 귀신이고 못 먹으면 때깔 험한 귀신일 뿐이다. 이 땅이 왜 생겼을까. 결국 떠나야 ..
2019.11.05 -
데이트 비용에 대한 단상 - 지갑이 닫힌 여자들
40대 노총각과 노처녀가 데이트를 하는데 데이트 비용을 전부 남자가 부담한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여자는 전혀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래도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어 식당이며 영화관이며 놀이동산이며 전부 다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 여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남자를 보며 정말 자기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은 자기가 식사 비용을 부담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 날 따라 남자는 괜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오랫동안 내가 비용을 전부 지불 했는데 여자가 한번도 사지 않는것은 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증거 아닐까? 그 두 남녀가 그 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남자는 내심 여자가 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여자는 이번엔 자기가 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고 그런데 마음이 쫀..
2019.11.03 -
치과에서
치과에서 잘 하는 치과는 대개 대도시에 있는지라 네 시간이나 운전해서 애틀랜타로 갔다 저번에 내 치아를 손 보았던 그 치위생사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아마도 중국계나 베트남계 여자 치위생사인듯 처음엔 한인인 줄 알고 한국어로 말을 꺼내자 약간 인상을 쓰며 영어로 한다. 언어 스트레스를 느끼는 모양이다. 한인치과에서 한인 치위생사를 기대한 나는 좀 실망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민자 영어로 말을 거는 그 치위생사 이민자 영어로 대답을 하는 나 초콜릿을 먹으면 이빨에 자극이 온다고 말하자 이빨을 너무 새게 닦아서 그런단다 본격적으로 이빨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그 치위생사 손길이 다소 거칠다 저번 치위생사의 상냥하고 조심스런 손길과 대조된다 그 거침이 어쩌면 경력이 오래된 것을 말해 준다라고 스스로 안심시키며 계속 입을..
2019.09.23 -
천생연분이란 정해져 있는가?
천생연분이란 정해져 있는가? 마흔 중반이 넘도록 장가가지 못하는 수 많은 남자들 중 하나인 나는 지구 어디에 선가 나의 인연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것은 결정론적 세계관에 젖은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창세기에 하나님이 선악과를 에덴동산에 두고 아담과 하와에게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그들이 선악과를 먹을 수 밖에 없게끔 프로그램(코딩)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선악과를 먹고 안 먹고는 전적으로 아담과 하와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하나님도 그저 가능성만을 염두 해 두실 뿐이라는 견지를 지지한다. 수 많은 기혼자들은 그들의 만남이 그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 갈지 모른다. 이 것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받아 들였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2019.07.16 -
무료 심리 상담가 - 글쓰기
무료 심리 상담가 – 글쓰기 현재 시각 새벽 3시 25분. 한참 자다 일어 난 줄 알고 깨어 시계를 보았을 때는 새벽 1시 2분 이었다. 그 이후로 잠이 오지 않아 깜깜한 방, 메트리스에 누워 유튜브를 듣다가 그래도 잠이 오지 않자 부엌에 있는 아로마 떼라피 알약을 삼키고 올라 왔다. 잠을 충분히 자야만 다음 날 피곤하지 않게 일을 하는데 이 글을 쓰고 좀 더 잠을 청해야 겠다. 잠이 오지 않아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미주 한인 자살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기사가 떴다. 특히 젊은 나이층이 급증했다고 한다. 나 역시 예전 힘든 시기에 자살충동을 많이 겪었다. 그 때에는 왜 이리 마음이 힘들었는지 걸핏하면 우울했고 번민했고 괴로웠다. 한창 예민하던 고2, 그 때부터 글을 쓰게 된 것도 괴로운 마음 때문이었다. ..
2019.07.10 -
멀쩡한 우체통을 뽑으라니
멀쩡한 우체통을 뽑으라니 우리집 앞길은 우리 동네(Subdivision)에서 차들이 가장 빠르게 달리는 직선도로이면서 내리막길이다. 몇 년 전 두 번이나 우리 우체통이 내려오던 차에 의해 박살이 난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우체통을 새로 박았다. 그 이후로 몇 년 동안 별 탈 없이 그 우체통은 굳건히 서 있다. 그런데 약 2주 전, 동네 사무실에서 우리 우체통의 모양이 동네 표준과 다르다고 바꾸라는 이메일이 왔다. 우리는 누가 신고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옆집 흑인아저씨가 귀뜸을 해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옆에 옆에 집에 사는 어느 은퇴한 백인남자가 우리 집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 뒤뜰에 덱(Deck)을 만든 적이 있는데 철거하라는 신고가 있었고 얼마 전엔 동생이 고기를 굽기 위해 뒤뜰에..
20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