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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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 알러지(알레르기) - Allergy
알러지 귀가 간지럽다 누군가 내 험담을 하나? 귀밥을 파 내어 날려 버리자 눈이 가렵다 못 볼걸 보았나? 안약을 떨구어 씻어 버리자 콧물이 나온다 구리한 냄새를 맡았나? 휴지로 흥흥 풀어 버리자 슬슬 피어나는 봄날 면역력 떨어진 이 몸은 별 것도 아닌 이물질에 에취! 에취! 면역력 떨어진 이 마음도 별 것도 아닌 허튼소리에 에취! 에취! 에취! 2015. 4. 7 Allergy The inside of my eardrum is itching; Is there somebody backfiring behind me? Let us blow it all by removing earwax from the ear. My eyes are itching; Did I watch what I shouldn’t have s..
2021.08.29 -
[자유시] :: 전화가 죽었어
전화가 죽었어 기저귀 뗄 생각이 아직 없으신 두 살 짜리 대니 저녁을 숟가락질이 서툴어 손으로 집어 드시고 아빠의 전화를 빌려 본다 얼마 보지도 못했는데 화면이 갑자기 까매진다 짜증을 부리며 울어 버린다 "전화가 죽었어." 아빠의 말 그러자 더 격하게 운다 전화의 죽음을 애도하는 울음일까 그저 짜증의 울음일까 물론 후자겠지만 자주 전화의 죽음을 목도하는 대니의 "죽음"이라는 의미가 아직은 "힘들어 쉰다." 정도 이겠지 죽었지만 내일 아침이면 다시 살아있을 전화이기에 어린 대니는 코로나로 무료한 집구석에서의 일상을 견뎌낼 수 있다 ---- 2021. 8. 6
2021.08.06 -
[자유시] :: 오랜만에 쓰는 글 - 선인장
오랜만에 쓰는 글 선인장 뭘 써야 할 지 몰라도 그냥 뭐 라도 써 보려고 궁뎅이를 붙였다 방 안에 화초는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푸릇푸릇 잘도 살아 있다 소식하면 건강하다더니 이 식물도 그 런 건가? 수 년 간 이 식물은 극소량의 물에 단련이 되어 화분 속 흙이 말라 쩍쩍 갈라져도 저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모양 온실 속 화초보다 사막에 선인장을 통해 배운다 선인장은 일부러 척박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어렵고 힘든 환경이 선인장을 선인장이게 한다 2021. 7. 30
2021.07.31 -
[자유시] ::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 사계절 한바퀴 돌아 작년 이맘때 첨 우리 알게된 기억 전혀 예상치도 조짐도 없이 우연히 우린 인연이 되어 연인이 되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온라인으로 매일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마음을 확인하는 우리 이 시간 여긴 저녁 거긴 아침, 출근길에 서로 엇갈린 시공간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서로 맞물려 함께 돌아갑니다 지구가 돌아가는 건 이렇게 서로 마음이 맞는 연인들 친구들 형제들이 강강수월래를 하며 빙글빙글 돌기 때문일까요 당신이 태양을 떠 올리면 저는 달을 저물게 하고 제가 태양을 저물게 하면 당신은 달을 떠 올립니다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는 건 당신과 내가 아침 저녁으로 마음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2021. 6. 23 ---- 천체 물리학적으로 지구가 돌아가는 것은 태양의 영향권 아래에 ..
2021.06.24 -
[자유시] :: 자궁에서 자궁으로
자궁에서 자궁으로 엄마, 그 포근한 세상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엄마의 양분을 기다란 탯줄로 쪽 쪽 빨아 먹지 않은 이는 없다 밖으로 내 쫓기는가 싶더니 또 다른 세상 속, 자궁에 착상된다 포근한 세상으로부터 잘려진 탯줄 으앙~ 울음으로 시작되는 호흡 혼탁한 병실 공기의 비릿한 맛 이 광대한 자궁엔 온갖 탯줄로 연결이 되고 지각하든 못하든 간에 거의 모든 것을 빨아 들인다 이 자궁마저 이 온 몸 내 뱉는 순간, 굵은 명줄,아니 온갖 탯줄 끊으며 적막한 울음을 토해낸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낯선 공기를 음미한다 2011. 6. 21
2021.06.19 -
[자유시] :: 휴식의 성적표 (몸은 A+ ; 마음은 C-)
휴식의 성적표 휴…. 노동의 나날에 제동을 건다 철컥, 가게문을 잠근다 휴식의 하루하루 여전히 걸려오는 손님의 전화는 마치 아이의 투정 일주일간의 휴식은 오늘로 마지막 그간 확 찐 체중 4파운드는 휴식의 성적표, A Plus 이 무거운 몸 내일 아침 가볍게 문을 여는 것은 그나마 가벼워진 마음, C minus 2021. 6. 4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