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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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친구에게 - 멤피스 친구 송사리에게
친구에게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너나 나나 한가지 걱정의 조언 너의 생일이 좀 더 빠르다고 형 같구나 선물 사줘! 떼 쓰는 너의 장난끼 이 시로 대신할께 시시한 선물이지? 시라서 시시해 이해해줘 ---- 2020. 12. 24
2020.12.25 -
[자작시] 그대의 등산 - 당신이 산을 오르는 이유
그대의 등산 살 빼는게 제일 쉬웠어요 그대의 그 말은 참말이요 등산을 너무 좋아하는 그대의 살은 빠질 수 밖에 없소 등산을 좋아하기 전, 내가 그렇게 좋아 산을 오르기 시작한 그대 살을 빼서 나에게 사랑 받고 싶었던 그대 그 높은 산을 오르며 느끼는 그 고통이 정상에 올라 쾌감이 되어 나에게 야호, 부르짖고 있소 지구 반대편, 여기까지 들리오 그대는 산이 아닌 나를 오르고 있소 산중턱에 약수물도 드시오 다리 아프면 바위 위에 앉아 쉬시오 무리하게 오르지 마시오 오르다 상처 입을까 걱정되오 나는 항상 그대의 산이 되어 주겠소 험한 산이 아닌 오르기 편한 산이 되어 주겠소 ---- 2020. 12. 24
2020.12.25 -
박이도 시인의 시 - 시련(試鍊)
시련 - 박이도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하루의 양식밖엔 허락받지 않았다. 매일의 양식을 위해 그런 하루를 살기 위해 나는 하나님과 등을 대고 내일을 염려한다. 나는 하늘에 날으는 새만큼 하나님의 은총을 누리지 못한다. 내일 먹을 양식과 또 어둡고 추운 곳에서 불어오는 시련의 바람을 생각하고 시름시름 자리에 누워 흐느껴 울다, 잠꼬대 같은 소리로 하나님을 불러본다. ------- 요즘 나는 시를 쓸 수가 없다. 나의 언어를 잃어 버렸다. 나에게 지혜가 없다. 그래서 하나님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내 머릿 속에 더이상 시가 없다. 그래서 박이도 시인의 시를 대신 소개한다.
2020.12.17 -
시설격리 5일째 슬슬 닭장 속 사육되는 닭이 되어간다
닭장 속에서 닭장 속 사육되는 닭들의 일상처럼 삼시 세 끼 꼬박꼬박 꼬끼오 꼬꼬 배가 고플 찰나도 없이 때에 맞춰 배달되는 격리호텔 음식 며칠 전 꾸었던 오리 꿈 오늘 점심 오리고기로 꿈 뗌을 하고 닭 꿈을 꾸었다면 통닭이 나왔을까? 격리비용이 약간 더 비싸 닭 대신 오리가 나온 듯 2018년 기준, 일년에 도축되는 닭의 개체수 660억… 헉! 격리 호텔 5일 째 슬슬 닭장 속 닭이 되어간다 14일째 퇴소하는 날 푸드득푸드득 날아 가리라 암탉을 향해 ---- 2020. 11. 21
2020.11.21 -
[자작시] 그녀를 만나러 | 시설격리 호텔에서
그녀를 만나러 미국살이 27년 일만 죽어라 하던 48세 노총각 내 짝이 태평양 너머 멀리 있었으니 그동안 헛발질만 했던가 오로지 내 글에 어렴풋한 내 영상에 반해 내 쓸쓸한 블로그에 댓글로 잔잔한 파문을 남긴 그대 신기루 일거야 설마 꽃뱀 아닐까 무서운 세상 48년이 의심만 키우나 매일 이어진 대화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어떤 확신이 맺혀 코로나를 뚫고 그녀를 만나러 태평양을 건넜다 서로 당기는 힘이 수천 킬로 거리도 문제가 없다 48세 노총각 그동안 그 힘만 쌓아 왔으니... 2020. 11. 18 영상 배경은 현재 격리 2틀째인 시설격리 호텔입니다.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오늘 저녁은 건너 뛰고 영상 올립니다.
2020.11.18 -
[자작시] 갈비를 뜯다가 그만
갈비를 뜯다가 그만 일곱 식구 뺑 둘러 앉아 갈비를 뜯는다 뼈에서 살을 발라 19개월 된 아들의 입에 넣어주는 엄마 넙죽넙죽 잘 먹는 손자에게 숙주나물도 내미는 할머니 약간 주저하곤 받아 먹는다 잠시후 손자의 입에서 컥 소리가 나자 다들 놀래서 쳐다 본다 갈비인지 나물인지 목에 걸려 숨을 못쉬는지 알아보려 코에 손가락을 대 본다 다행이 숨을 쉰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 먹다가 죽을수도 있다 소변을 참고 물 많이 마시는 대회가 있었다 아들에게 상품인 게임기를 주기 위해 악착같이 임했던 경기에서 그 아줌마는 결국 죽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과 음식 내일은 하루종일 한 번 굶어볼까? 위장을 비우고 심장을 채워볼까? 심장이 두근두근 해지도록 마음의 양식을 먹고싶다 가슴이 벅 차 오른 적이 얼마나 있었나 위장이 ..
202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