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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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 엄마는 바보
엄마는 바보 엄마와 TV를 보며 저녁을 먹는데 TV에서 희한한 동물이 나오고 사람들이 취재하는 방송을 한다 자세히 보니 작은 공룡같은 것을 컴퓨터로 조작한 합성이었다 나는 덤덤히 보며 밥을 먹는데 엄마는 수저에 밥을 입에 넣지도 못하시며 놀라신다 "그거 다 가짜에요. 컴퓨터그래픽이에요. 엄마" "아니야.. 사람들이 잡기도하고 사진도 찍어. 저거 진짜야." 너무 믿으시는 엄마의 강한 어조에 하마터면 나까지 넘어갈 뻔 했다 잠시 후 티라노사우르스가 나타나 생난리를 치자 난 엄마가 더이상 믿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왠걸 엄마는 한술 더 뜨신다. "지구 어딘가에 저런 동물들만 사는 곳이 있어." "엄마, 바보아니에요? 엄마도 참 순진하시네요." TV는 엄마의 붙을 데로 붙은 믿음을 굳히려는 지 임신한 작은 공룡..
2021.10.28 -
[자유시] :: 짝 - 칼과 칼집 | 칼 혼자는 살인자; 칼집 혼자는 애물단지
짝 - 칼과 칼집 누가 먼저랄거 없다 서로 딱 맞는게 우선 어쩜 그리 서로 다른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경우 밝은 찌름 참을 인 셋이면 살인을 면하는 감쌈 하나가 없으면 영원한 살인자 다른 하나가 없으면 의미 없는 애물단지 같이 있어야 온전한 각자 너무 다르지만 서로 같은 역경의 굽어진 허리 결국은 하나 Pair – Sword and Sheath No priority is given to either of the two: More important is to fit into each other. O, my God! How different they are; How unlikely they match perfectly each other Radiant piercing at ..
2021.10.08 -
[자유시] :: 괜찮은 인생
괜찮은 인생 두 살 배기 대니는 걸핏하면 다치는 초보인간 넘어질 때마다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그 후로 다치기만 하면 괜찮아! 한다 정말 크게 다쳐도 괜찮아! 할까 봤더니 으앙! 울어 버린다 괜찮은 정도의 아픔과 심각한 아픔의 차이를 대니는 구별하는 걸까? 괜찮은 아픔은 눈물 대신 괜찮아! 하면 그만 심각한 아픔은 말 할 수 없이 눈물이 죽 인생은 그래 두가지다 괜찮은 아픔과 괜찮지 않은 아픔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이 괜찮은 것이 인생 아닐까 어쩌다 태어나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다 가는데 괜찮아야지 괜찮지 않으면 어쩌라구 2021. 9. 28
2021.09.29 -
[자유시] :: 알러지(알레르기) - Allergy
알러지 귀가 간지럽다 누군가 내 험담을 하나? 귀밥을 파 내어 날려 버리자 눈이 가렵다 못 볼걸 보았나? 안약을 떨구어 씻어 버리자 콧물이 나온다 구리한 냄새를 맡았나? 휴지로 흥흥 풀어 버리자 슬슬 피어나는 봄날 면역력 떨어진 이 몸은 별 것도 아닌 이물질에 에취! 에취! 면역력 떨어진 이 마음도 별 것도 아닌 허튼소리에 에취! 에취! 에취! 2015. 4. 7 Allergy The inside of my eardrum is itching; Is there somebody backfiring behind me? Let us blow it all by removing earwax from the ear. My eyes are itching; Did I watch what I shouldn’t have s..
2021.08.29 -
[자유시] :: 전화가 죽었어
전화가 죽었어 기저귀 뗄 생각이 아직 없으신 두 살 짜리 대니 저녁을 숟가락질이 서툴어 손으로 집어 드시고 아빠의 전화를 빌려 본다 얼마 보지도 못했는데 화면이 갑자기 까매진다 짜증을 부리며 울어 버린다 "전화가 죽었어." 아빠의 말 그러자 더 격하게 운다 전화의 죽음을 애도하는 울음일까 그저 짜증의 울음일까 물론 후자겠지만 자주 전화의 죽음을 목도하는 대니의 "죽음"이라는 의미가 아직은 "힘들어 쉰다." 정도 이겠지 죽었지만 내일 아침이면 다시 살아있을 전화이기에 어린 대니는 코로나로 무료한 집구석에서의 일상을 견뎌낼 수 있다 ---- 2021. 8. 6
2021.08.06 -
[자유시] :: 오랜만에 쓰는 글 - 선인장
오랜만에 쓰는 글 선인장 뭘 써야 할 지 몰라도 그냥 뭐 라도 써 보려고 궁뎅이를 붙였다 방 안에 화초는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푸릇푸릇 잘도 살아 있다 소식하면 건강하다더니 이 식물도 그 런 건가? 수 년 간 이 식물은 극소량의 물에 단련이 되어 화분 속 흙이 말라 쩍쩍 갈라져도 저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모양 온실 속 화초보다 사막에 선인장을 통해 배운다 선인장은 일부러 척박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어렵고 힘든 환경이 선인장을 선인장이게 한다 2021. 7. 30
202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