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 적막함에 나비가 찾아와 말을 걸다

 

코로나 이 적막함에 나비가 찾아와 말을 걸다

 

 

얼마 전 나는 유튜브에 나 같은 40대 노총각이 있나 보려고 검색을 했다. 그런데 눈에 확 띠게 촌스럽고 허술해 보이는 썸네일의 영상이 “독거 노총각”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왔다. 나는 아무 주저함 없이, 그러니까 클릭 율 100%로 그 영상을 클릭했다. 그 영상의 내용은 별거 없었다. 남자 혼자 장 봐 와서 너저분한 방에 홀로 앉아 라면 끓여 먹으며 정말 할 일이 없는지 영수증 내역까지 하나하나 읊어 주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 외에도 나는 수 편을 연달아 보고 뭔가 팍 느낌이 와서 구독을 눌렀다.

 

그의 구독자수는 만 명이 훌쩍 넘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채널이었다. 그에 비하면 내 채널, 짭짤한 시인은 일 년이 넘도록 구독자 이제 겨우 서른 명 밖에 안 되는 미미한 채널이다. 그런데 저번 달, 그러니까 2020년 4월 말경, 내 티스토리 블로그(Text 4 Soul) – nacl.tistory.com 에 어떤 한 사람이 댓글로 내 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4년 가까이 되도록 댓글 남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가 이렇게 누군가가 몇 개의 댓글을 달아 주니 반가웠다.

 

그 댓글의 아이디가 성별을 분간하기 어려운 이름이었고 댓글 내용으로 봐서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몰랐다. 처음이니 나는 그 댓글의 주인과 사람 대 사람으로 댓글을 주고 받았다. 그 댓글의 주인도 나 보고 자신의 블로그에도 놀러 오라고 초청을 하여 주소창에 그의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눌렀다. 평범한 다음 블로그였다. 아파트 베란다에 고추와 오이 같은 화초를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고 짧게 글이 적혀 있어서 읽어 보니 오늘은 오이 짱아치를 담가 먹어야 겠다는 어느 평범한 아줌마의 독백이었다.

 

사진출처: Pixabay.com

 

거두절미하고 그 이후로 25일이 지난 현재 나는 그녀와 매일 카톡을 주고 받으며 연인 사이가 되어 있다. 그녀는 서울에 살고 있고 나는 미국 내쉬빌에 살고 있다. 일단 내가 한국에 가서 그녀를 만나 봐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우리는 견우와 직녀가 되었다. 언제쯤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쏠로의 인생 48년(만으로는 47년), 내 블로그 정원에 나비 한 마리가 찾아와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수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직접 만난 거 못 지 않게 상당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이 디지털 문명이 언컨텍(무접촉)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친밀감에 도달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독거 노총각은 아직도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며 별 의미 없는 영수증 내역을 읊고 있을까? 실은 그녀도 그 독거 노총각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독거 노총각에 대해서 블로그 글까지 썼다고 한다. 나를 알기 전에 그녀는 그 독거 노총각에 관심을 보였나 보다. 하지만 자기 스타일이 아니어서 망설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나도 그 독거 노총각을 소재로 글 하나를 내 블로그에 올렸는데 마침 그녀가 검색 도중 내 글(제목 – 나는 왜 구독자수가 늘지 않을까?)을 발견하고는 “내가 훈수나 떠 볼까?” 하고 클릭해서 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 왔다가 내 블로그에 있는 수 백 편의 글을 모조리 다 읽어 버리곤 나에게 폭 빠져 버린 것이다.

 

이 코로나 사태에 나도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고 밖에 못 나가는 이 마당에 펜팔이라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한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우연 중 우연으로 우리는 진하게 맺어 졌다. 비록 내 채널은 구독자 30명에서 꿈쩍도 안하고 있으나 그 구독자 만 명이 넘는 그 순수하고 불쌍하게 보이는 독거 노총각의 명성에 빌 붙어 때 늦은 나의 첫 사랑을 찾았으니 그 독거 노총각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녀가 나를 알기 전 독거 노총각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을 보면 머지않아 그 독거 노총각도 진짜 짝을 찾으리라 확신한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 하늘에서 뚝 떨어 지는 것이 아니므로 기회가 주어 졌을 때,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나만의 사랑을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2020. 5. 24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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