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수선 일기] :: 성질 디러운 아들과 그의 노모

2021. 10. 27. 11:25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반응형

성질 디러운 아들과 그의 노모

 

 

어머니께 존댓말을 때는 어머니, 주무셨습니까?” 인사하는 아침 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온종일 어머니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어제도 어머니와 나는 일터인 옷수선집에서 옷을 고쳤다. 그런데 이런, 한마디 잘못하여 어머니의 심기를 망가뜨렸다.

 

손님이 맡긴 셔츠 튿어진 곳에 눈에 띄도록 색깔 테잎을 붙여 놓았는데 어머니께서 여기 고치는 거니? 하며 불필요한 질문을 하시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물으셔서 나는 대뜸 보면 몰라요?” 했다. 자상하지 못한 아들의 ㅆ가지 없는 말에 어머니가 마음이 많이 상하셨는지 어머니는 일손을 놓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오늘, 너가 다해라!” 어머니 마음이 심하게 상하신 모양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탓인가? 나는 어머니에게 편하다는 핑계로 함부로 때가 있다. 이제 어머니 연세도 78. 편히 쉬셔야 하는 나이임에도 부족한 아들을 위해 함께 일을 하시는 어머니께 이런 불효자도 없다.

 

옷수선집을 남자인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팔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판다고 다른 괜찮은 일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노인분들은 밤새 안녕이라고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어머니께 주무셨습니까?” 하는 인사를 형식적이 아닌 진심으로 여쭤본다. 어머니의 상태는 우리 집안의 목구멍과 직결되기 때문 만일까?

 

어머니께서 여기 고치는 거니?”하며 물으신 것은 사실 여기만 고치는 거니?”라고 하시려던 것이 입에서 잘못 튀어 나온 것이라는데, 늙어서 그런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죄송한 마음이 몰려와 오늘 아침 어머니 어깨 안마를 드리며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무 말씀 하신다. 이렇게 어머니와 옥신각신 지내는 것이 오십을 바라보는 노총각의 주된 일상이다.

 

2021. 10. 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