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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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이야기 - 껌 볼 머신의 추억
껌 볼 머신의 추억 2001년, 내쉬빌 북쪽 10마일 지점인 헨더슨빌에 처음 옷수선집을 개척하기 전, 그 자리는 미용실이었다. 그 미용실에 있던 껌 볼 머신 자판기를 우리 가게에도 계속 두었다. 1센트 페니만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각양각색의 동그란 껌볼 중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내려왔다. 18년이 지난 2019년 바로 어제 아주 오랜만에 어떤 여자손님이 두 자녀를 데리고 우리 옷수선집에 찾아왔다. 그 두 자녀 중 큰 아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미싱을 돌리는 자리 바로 옆을 가리키며 자기가 3살 때 엄마따라 이곳에 왔을 때 미스터박이 내게 패니를 주어 껌볼 하나를 빼 먹었다는 것이다. 현재 스무살이고 아직 그때가 생생한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껌 볼 머신은 사라지고 대신 ..
2019.10.07 -
능통감투 이야기
능통감투 이야기 옛날에 한 중년남자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사람 사는 집을 찾지 못해 하룻밤 밖에서 묵게 되었어. 어디서 잘까 하다가 근처 무덤 풀밭이 푸근해서 거기에 누워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어디서 소리가 나는거야. “김씨! 오늘 밤 재 너머 마을에 제사가 있는데 거기에나 가서 포식이나 하세!” “잠깐, 내 무덤에 손님이 누워 있는데 이 사람도 데려가세!” 이 둘은 귀신이었고 한 귀신이 능통감투를 그 중년남자 머리에 쑥 씌워주자 그 남자의 몸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 그대로 그 남자와 두 귀신은 재 너머 마을로 가서 제사음식을 실컷 먹는데 귀신이 먹는 음식은 사라지지 않는데 이 남자가 먹는 음식은 사라지네.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넘어지고 능통감투를 쓴 이 남자는 신나게 먹었지. 어느새 날이 밝..
2019.07.05 -
착각과 고지식
착각과 고지식 늦은 오후, 여자아이 둘과 할머니 그리고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언니뻘 되는 여자아이가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어 보고 어머니는 핀으로 품을 찝고 나는 청바지 허리 줄이는 작업을 마저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아빠로 보이는 사내가 갑자기 문을 확 열고 나가더니 차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 즉시 아차, 그 남자 이 손님들과 가족이 아니라 또 다른 손님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다고 본인도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머니와 궁시렁 궁시렁 별난 손님 다 본다. 이러면서 일을 계속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손님이 다시 들어온다. 이미 그 아이손님은 갔고 이 남자가 하는 말이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 왔다고 한다..
2019.06.22 -
[옛날 이야기] 지네처녀와 지렁이
지네 처녀와 지렁이 옛날에 아내와 여섯 자식을 둔 한 사람이 찢어지게 가난했어. 너무 오랫동안 아내와 자식들을 굶기자 더이상 못 보겠다는 거지. 어느날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삶에 의욕을 잃고 끝장을 내고 싶어 하는 거야. 혼자 산에 노끈을 가지고 올라가서 나무에 올라가 목을 매려던 순간 저기 아래에서 곱게 차려 입은 처녀가 떡시루를 머리에 이고 올라오네. 그 나무 바로 아래에서 그 처녀는 시루를 내려 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면서 중얼거리더니 위를 쳐다 보지도 않고 내려 오라는 거야. "아저씨, 왜 죽을려고 하세요. 죽을 힘으로 사세요." 그 처녀는 그 사람에게 떡을 먹고 기운 내라고 하고는 돈도 두둑히 주었지. 그러면서 그 처녀가 한가지 당부를 하는 거야. "아저씨, 내려 가다가 상제를 만나거든..
2019.03.18 -
약혼녀 맘대로
미국 옷수선집 이야기 약혼녀 맘대로 약간 기분이 들 떠 보이는 멀대 같은 젊은 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 다리 통이며 허리 그리고 기장을 수선한 양복바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탈의실에서 입고 거울을 보며 잘 맞는지 확인한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지 좋아한다. 계산을 하고 나가다가 이런 말을 던진다. “내 약혼자한테 마음에 드는지 보여 줄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오해 했는지 몰라도 마치 약혼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다시 가져 오겠다는 말로 들리니 기분이 좀 상했다. 자기 옷 자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 자기 아내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미국남자 손님이 좀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여자들의 파워가 더 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2019.03.08 -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꼬장꼬장하게 생긴 어떤 수염 난 할아버지 손님이 바지 두 개를 들고 우리 가게에 들어온다. 허리를 2인치씩 줄여 달라고 한다. 바지에 붙어 있는 42인치라고 적혀 있는 꼬리표를 들춰 보여주며 40인치로 해 달라는 것이다. 옷수선집 오랜 경험상 꼬리표의 치수가 항상 정확한 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 할아버지의 허리에 줄자를 뺑 둘러 재어 보았다. 그랬더니 38인치가 나온다. 그래서 결국 탈의실에서 입어 보게 하였다. 핀으로 허리 뒷쪽을 찝고 그 바지를 재어 보니 38인치이다. 그 할아버지는 깎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인상을 하며 가격을 깎기 시작한다. 바지 하나당 허리 줄이는데 15불을 받는데 10불에 해 달라고 우긴다. 바지 단 줄이는 것이 12불인데 말도 ..
201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