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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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세상이 뒤집어 졌다. 코.. 머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힘들다. 우리 옷수선집도 임시휴업에 들어간지 2주가 넘어 간다. 세탁소는 필수업종이라서 영업을 해도 되는 사업이라지만 세탁소와 형제지간인 옷수선집은 내 생각에 필수업종은 아닌 것 같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시국에 가게 문을 잠근 체 어머니와 함께 안 하던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은 바로 마스크 제작. 이 미국은 절대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하다. 일주일 전인가? 우리 손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 지역 여러 병원에 마스크 조달을 담당한 사람인데 마스크 300개를 만들어 기부해 줄 수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 무기한 휴업상태에 들어가서 재정적으로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지역사회를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흔쾌히 ..
2020.04.03 -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아마도 3월로 접어 들면서 였던가? 가게에서 일 하는 하루 하루의 느낌이 점점 달라지다가 19일인 어제와 20일인 오늘을 겪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이곳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급격히 느끼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켜 놓고 일하는 옷수선집 환경은 일 하면서 세상 분위기와 상황을 그때 그때 알게 해 준다. 또한 손님들의 표정과 상태를 보니 어제와 오늘,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손님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은 두 명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손님도 오전에 몇 명 왔을 뿐 오후엔 거의 오지 않았다. 막바지 6시 퇴근시간 20분 남겨 놓고 한 사람이 들어 왔는데 가끔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홈리스였다. 글쎄 홈리스인지 확실히 모르나 우..
2020.03.21 -
[미국 옷수선 이야기] 말 한마디 잘 했더니
말 한마디 잘 했더니 예전에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패딩 잠바 어깨에 동그란 패치를 달아 준 적이 있는데 최근에 다시 달아 달라고 가져 온 적이 있다. 잠바 재질이 얇아 패치를 떼었다 다시 달면 상처가 남을 게 뻔 했다. 그 손님은 이 패치 무늬 방향이 어깨 선의 각도와 같아야 하지 않냐며 다시 가져 온 것이다. 다시 일을 하기 애매한 일이라 어떻게 말을 할까 잠시 궁리하던 끝에 반짝하고 생각이 떠 올랐다. 어깨에 다는 패치는 패치의 문양이 팔의 방향과 각도가 같아야 하고 어깨선은 그 패치의 중앙을 맞추기 위한 것 뿐이라고 일러 주었다. 사실 우리 가게에서 패치 달 때 거의 모든 경우에 경찰 유니폼이든 군복이든 그 방법으로 패치를 달아 왔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손님도 내 말에 수긍이 갔는지 낯..
2020.01.20 -
동생이 경찰서로 달려간 이유
동생이 경찰서로 달려 간 이유 며칠 전 이곳 경찰 한 명이 도망자를 쫓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는 기사가 떴다. 그 경찰은 겨우 서른 한 살 밖에 되지 않는 세 살 짜리 아이의 아빠였다. 얼굴사진을 보니 언뜻 낯이 익은 듯 했다. 이름도 그리 생소하지 않아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하니 똑 같은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그 손님 옷이 아직 찾아가지 않은 채 옷걸이에 걸려 있고 액수도 101불이나 되었다. 옷 고치느라 수고는 하였으나 이미 운명을 달리한 손님이니 혹시나 가족이 찾으러 오면 절반만 받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이 그 죽은 경찰이 우리 손님이고 101불이나 되는 청구액의 옷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그 옷을 경찰서에 가져가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경찰들은 대개..
2020.01.10 -
조울증, 그 32년 동안의 고통
마음의 위기 거의 3주째이다. 이럴 때마다 나의 신앙도 함께 추락한다. 신앙이 좋으면 이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마음의 위기, 신앙의 위기에 매주 성가대를 선다는 것이 괴롭다. 찬양이라는 것은 기쁨으로 환한 얼굴로 불러야 하는데 아마도 나는 마음 속 괴로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채 성가대를 섰을 것이다. 성가 악보에는 기뻐하라는 가사가 반복되고 그 가사를 부를 수록 마음과 입이 따로 노는 그 이중성에 더 우울해 지기까지 했다. 성가연습 도중 오른쪽 옆에 오래도록 가까운 사이인 K권사님(나보다 2살 위 형)에게 간간히 나의 심리상태를 중계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형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듯 자신의 뱃살을 움켜잡고 어떻게 해야 뱃살이 들어가냐고 나에게 묻는다. 그렇다. 나는 중2때 부터 지금까지 30..
2019.11.18 -
이런 나에게 돌을 던지시오
토요일인 오늘, 도저히 일을 못할거 같아서 집에서 쉬고 있는 동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밖으로 나갔다. 교회에서 빌려온 책, "연금술사"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서관문을 열려고 하니 굳게 닫혀 있었다. 12시에 연다고 적혀있다. 미국 도서관 정말 일 설렁설렁 하는구나. 그래서 결국 도서관 뒤 산책로를 걸었다. 날씨가 추워선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가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스마트폰을 보는척 하고 인사를 회피했다. 내 마음이 도저히 인사할 상태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혼자 걸으니 마음이 더 차가워 졌다. 그렇게 40여분을 걷고 차에 돌아와 "연금술사"를 읽어갔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나는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주인공인 양치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내용인거 같은데 ..
201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