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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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일기] :: 돈이 전부 날라가다
돈이 전부 날라가다 허걱! 가게통장에 최근 2주간 크레딧카드 입금이 전혀 없다. 크레딧카드 회사에 전화해 보니 알아 보겠다고 한다. 24시간에서 4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애가 탔다. 영어가 유창한 동생에게 다시 전화를 하게 했다. 이번엔 왜 입금이 안 됐는지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가게 크레딧카드 단말기가 전화선과 공유를 하고 있어서 카드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1주일간의 결제는 기록이 있을텐데 그 이전 결제는 삭제됐을 거라고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손님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다시 돈을 받아내는 것 뿐이라고 한다. 손님들에게 받아야 하는 돈이 약 1500불 정도였다. 동생과 나는 영수증과 인보이스를 맞춰보며 손님들에게 다시 돈을 받아 ..
2021.06.29 -
[미국 옷수선 일기] :: 이런 손님은 처음이다
이런 손님은 처음이다 엄마와 딸로 보이는 두 손님이 들어온다. 옷수선집이 처음인지 어리바리하다. 바로 저쪽 구석 탈의실로 안내했다. 두 모녀가 함께 들어가서 동시에 옷을 갈아 입는지 부시럭 소리가 요란하다. 한참 후에야 커튼이 열린다. 그리곤 핀이 꽂힌 옷을 들고 나온다. 자기들 스스로 옷에 핀을 꽂은 것이다. 옷을 고치는 사람이 직접 핀을 꽂아야 확실하기 때문에 다시 입으라고 했다. 옷수선 20년 동안 이런 손님은 처음이다. 허긴 어떤 옷수선집은 손님이 집에서 핀을 꽂아온 옷만 받는다고 들었다. 그래선지 그 옷수선집 평이 별로 좋지 못하다. 옷을 고치는 것 보다 핀을 꽂는게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핀을 정확하게 꽂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이기 때문이다. 2021. 6. 24
2021.06.25 -
[마음일기] :: 아무 글이나 적어보자
감동과 깨달음이 있을 때 엔돌핀의 수천배 효과가 있다는 다이돌핀이 분비된다는데 요즘, 아니 한동안 나는 아메바, 플라나리아와 같이 무의미한 삶을 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말하면 아메바가 기분 나쁘겠지만, 아메바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나 있으려나? 하루하루 산다는 말보다 하루하루 살아낸다. 라는 말을 하는 세상이다. 잘 살던 못 살던 하루를 살아 냈다는 것만으로 칭찬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잘 벼텼다는 말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래선지 나의 자존감이 바닥에서 놀았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의 의식이 살아나고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인데 왠지 글 쓰기가 귀찮았다. 워드에 써서 블로그에 옮겨 왔었는데 지금부턴 바로 블로그에 적는다. 그러니 훨씬 글쓰기에 긴장감이 생긴다. 오늘의 나..
2021.04.25 -
[미국 옷수선 일기] :: 그 저주받은 가격, $13.66
$13.66 그 저주받은 가격 우리 가게에서 일반 바지단 줄이는 것은 $13에 세금 붙여서 $14.20이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좀 비싼 감이 있어 $12.50에 세금을 붙여 $13.66을 받았다. 찾아가는 손님에게 "Thirteen Sixty Six!"하며 크래딧 카드를 기다리는데 왠지 공기가 싸늘하다. 가격을 낮추었지만 가격의 숫자가 영 꺼림직 한지 손님들의 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갈랜드라는 중년의 손님이 있는데 "Thirteen?!"하며 되 묻곤 했다. 미국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와 "666"이라는 숫자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격을 낮추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전 가격이 낫겠다. 이 저주받은 "13"이라는 숫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2021.03.14 -
[ 미국 옷수선 일기 ] :: 성조기를 걸며 마음엔 태극기를...
성조기를 걸며 마음엔 태극기를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3.1절을 맞이하여 가게 문 옆에 태극기를 달 수는 없고 옆 가게에서 준 성조기를 달았다. 성조기를 꽂으면서도 태극기를 다는 심정으로…. 거의 매일 옆 가게에서는 성조기를 달았는데 3월 1일 이후로 우리 가게에서 성조기를 달자 옆가게에서 국기 다는 것을 소홀히 한다. 우리가 국기를 다니 옆가게에서 그만큼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3.1절 이후로 이제 매일 국기를 단다. 미국에서 단독으로 태극기를 다는 것은 불법이다. 비록 성조기를 달지만 마음으론 태극기도 함께 단다. 우리 가게 안에는 주한미군이었던 동생이 가져온 파주 삼팔선 철사 기념품을 벽에 달고 성조기와 태극기 패치를 붙였다. 손님들이 관심있게 들여 다 보기도 한다. 오래 전 어떤 낯선 사람이 전..
2021.03.11 -
[미국 옷수선 일기] :: 만사가 예사롭지 않다
만사가 예사롭지 않다 3월 4일인 어제만 해도 봄 인양 따뜻했는데 오늘은 오후에도 제법 쌀쌀했다. 점심 후 한 시간이 지났을까? 가게문을 빼꼼히 열고 어느 누추한 남자가 움추린 몸으로 홈리스라면서 뭐라고 나에게 말을 건다. 당연히 돈을 달라고 하나보다 하고 돈 통을 여는데 돈이 아니라 남는 자켓이나 스웨터 있으면 달라는 것이었다. 두 달 전이었을까? 어머니가 실수로 기장을 3인치나 더 자른 케시미어 난방이 구석에 걸려 있다는 걸 어머니가 기억하시곤 그 옷을 그 홈리스에게 전달하신다. 초콜릿 견과류 :: $28.44 좀 땡강했지만 그 홈리스에게 어느 정도 추위를 견딜 수 있어 보였다. 그 옷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오랫동안 걸어만 놓았는데 임자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의 실수로 옷값을 물어 주었지만 ..
202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