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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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수필] :: 갈래길에서 나뉜 나의 존재 - 양자역학적 선택의 기로에서
갈래길에서 나뉜 나의 존재 양자역학적 선택의 기로에서 일주일 내내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다가 휴일인 오늘 오후 찬공기를 가르며 동네 산책길을 유튜브 들으며 걷는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는 갈래길에서 짐짓 머뭇거리다 이내 오른쪽으로 발을 내딛는다. 바로 그 전에 나의 두뇌에서는 왼쪽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대략 46%는 있었다고 할 때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그 의식은 어디로 갔나. 이 현실적 거시세계에서는 이 몸이 둘로 나눠질 수 없다. 하지만 미시세계, 원자의 세계에서는 파동으로 또는 입자로 존재하며 뚜렷한 위치를 정할 수 없다. 그저 확률로 가늠할 뿐이다. 그 갈래길에서 머뭇거리던 나의 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이며 비록 오른쪽으로 가고자 하는 54%의 의지에 의해 온 몸이 오른쪽으로 움직였으..
2021.02.15 -
[e수필] :: 음흉 아기 다니엘
음흉 아기 다니엘 아직 두 살도 안 됐다. 2주 후면 딱 두 살이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다니엘은 말 습득도 빠르다. 어제 식구들 이랑 저녁을 먹는데 국을 들이키던 다니엘이 “시원하다~!”를 연발하더니 바로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말을 내뱉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자 제수씨가 이빨에 끼었다는 말이라고 한다. 초콜릿 견과류 :: $28.44 식탁에다가 바로 침이 튈 뻔 했다. 요즘 또 많이 쓰는 다니엘의 어휘는 “괜찮아”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괜찮”까지만 끊어 쓰다가 어떤 문법적 깨달음이 왔는지 “아”를 붙인다. 급하게 걸어가다가 넘어 질 때나 모서리에 부딪히기만 하면 스스로 “괜찮아!”하며 가족들의 걱정을 붙들어 매 준다. 유난히 잘 다치기도 해 선지 “괜찮”이라는 어휘를 이른 나이에 터득했다. 지..
2021.02.14 -
웃음은 최고의 명약 - 어린 조카 대니의 웃기는 언어생활
웃음은 최고의 명약 어린 조카 대니의 웃기는 언어생활을 보며 우리 집엔 총 일곱명이 산다. 늦둥이 막내 조카인 두 살 짜리 대니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누나 둘과 아직은 정정하신 할머니의 영향으로 말 배울 기회가 많다. 게다가 삼촌인 나도 가끔 말을 거니 다양한 말을 배운다. 언젠가 저녁을 먹는데 내가 고개를 돌려 살짝 기침을 했는데 그러자 마자 앞에 앉은 대니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크지 않은 목소리로 “블레스 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미국에 산지 27년이 넘은 나도 아직 “블레스 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바로 어제는 조카 제시카와 바둑알로 알까기를 하고 있는데 저쪽 메트리스 위에서 장난을 치던 대니가 발을 헛디뎠는지 “오, 쉿!” 그러는 것..
2021.01.10 -
[사진과 글]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가다
그녀와 보낸 한국에서의 2주, 그 마지막 날. 그녀는 서울에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티켓을 끊었다. 다행이 그 날, 날씨가 맑았고 미세먼지도 적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안내원들은 우리 둘을 사진에 담기 위해 포즈를 취하게 했다. 나중에 사진을 구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리라. 엘리베이터 안내를 맡은 여직원들의 표정이 왠지 안 되어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 하루종일 일해서 왠지 우울할 거 같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깔끔한 옷차림에 능숙한 말투로 우리를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심심하지 않게 사방에 스크린에서 비디오가 상영되었다. 다 올라와 보니 서울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녀와 함께 왔기에 즐거웠지. 혼자 왔다면 그 재미가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약 1시간..
2020.12.21 -
[수필] 벌레와 오래 살다 보니
벌레와 오래 살다 보니 내 방 벽에는 기어다니는 벌레가 가끔 출몰한다. 처음 목격한 것은 아마도 언 7년 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나 싶다. 그 생김새가 정말 징그럽고 민첩하기 까지 했다. 보이는 대로 사전이나 수첩으로 쳐서 짜부를 시켰는데… 여기서 잠깐, 짜부가 어찌 보면 일본어 같은데 검색을 해 보니 찌부러지다, 짜부러지다와 연관된 표준어라고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그 이름 모를 벌레가 최근에도 벽에 스스로 나타났다. 며칠 전 밤엔 오른쪽 귓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서 잠을 깬 적이 있는데 그 날 하루 종일 내 귓속에 벌레가 들어갔나? 불안해 졌다. 하지만 귓밥을 파고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 부스럭 소리가 나지 않아 안심을 했다. 어쩌면 그 벌레가 내 귓속에서 초상을 치..
2020.09.02 -
코로나 이 적막함에 나비가 찾아와 말을 걸다
코로나 이 적막함에 나비가 찾아와 말을 걸다 얼마 전 나는 유튜브에 나 같은 40대 노총각이 있나 보려고 검색을 했다. 그런데 눈에 확 띠게 촌스럽고 허술해 보이는 썸네일의 영상이 “독거 노총각”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왔다. 나는 아무 주저함 없이, 그러니까 클릭 율 100%로 그 영상을 클릭했다. 그 영상의 내용은 별거 없었다. 남자 혼자 장 봐 와서 너저분한 방에 홀로 앉아 라면 끓여 먹으며 정말 할 일이 없는지 영수증 내역까지 하나하나 읊어 주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 외에도 나는 수 편을 연달아 보고 뭔가 팍 느낌이 와서 구독을 눌렀다. 그의 구독자수는 만 명이 훌쩍 넘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채널이었다. 그에 비하면 내 채널, 짭짤한 시인은 일 년이 넘도록 구독자 이제 겨우 서른 명 밖에 안 되는 ..
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