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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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보고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보고 청상과부인 어머니와 사는 어린 옥희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1960년대 흑백 영화이다. 대충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옥희는 역시 과부인 친할머니와도 함께 산다. 어느 날 옥희 엄마의 죽은 남편의 친구가 옥희의 집 사랑방에 하숙을 들어오게 된다. 그 남자는 옥희를 매우 귀여워 해 주고 잘 놀아준다. 옥희는 그 아저씨를 아빠와 같이 따르고 좋아한다. 옥희의 엄마는 애초부터 그 남자가 집에 들어설 때부터 부끄러워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엄마는 수절을 지키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며 산다. 하지만 그 시대 상황은 이미 과부가 재가해도 아무 흠이 되지 않는 시대였다. 오히려 수절을 지키는 것을 바보라고 할 정도 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옥희의 엄마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
2019.06.24 -
[미국 옷수선 일기] :: 하기싫은 옷수선, 하지만 고마워
건물청소업 - 전기공사 - 우체국 - 치과기공 - 옷수선 위 직업들은 미국에서 26년간 살면서 했거나 하고 있는 직업이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종사하고 있는 직업은 12년이 넘은 옷수선인데 미국사람들이 워낙 손재주가 없다보니 비교적 손재주 있는 한국사람들이 잘 하는 옷수선이 먹고 사는데 괜찮은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옷수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가고자 머릿속은 다른 데 가 있다. 기술 좋으신 어머니가 함께 하시기에 유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은연중 나는 불안하다. 나이 많으신 엄마가 언젠가 일을 못하시게 될거란 생각은 나를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 것은 글쓰기와 코딩을 좋아하는 내가 이 두 가지로 부의 추월차선, 즉 단시간..
2019.06.19 -
사슴, 애만 놓고 가지요
사슴, 애만 놓고 가지요 뒤뜰에 계시던 우리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집으로 뛰어 들어 오신다. 바로 집 뒤뜰 나무 밑에 갓 태어난 아기 사슴이 혼자 엎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집 뒤뜰엔 사슴 같은 동물이 가끔 와서는 엄마가 가꾸시는 텃밭을 망가뜨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몸까지 풀고 간 것이다. 어미 사슴이 급했는지 새끼를 사람 사는 곳에 겁도 없이 놔 놓은 것이다. 동생이 잔디를 깎고 남은 풀을 나무 밑에 부어 놓았는데 그 풀 이불 위에 편안히 엎어져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아기 사슴 곁으로 다가가도 아기 사슴은 위협을 못 느끼는지 가만히 있다. 처음에 우린 새끼가 장애가 있어서 어미 사슴이 버리고 간 줄 알았다. 그래서 동물보호소(Animal Control)에 전화 했더니 하루 안에 어미가 새끼를 데리..
2019.06.12 -
마음의 폭풍이 지나간 후
이제 내 나이 40대 후반에 접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나이는 적어도 60은 되어야 한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대, 그것도 40대 후반이라는 현실에 아직 미혼인 나로선 이제 결혼같은 건 내려 놓아야 한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온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옷수선이다. 혼자 가게에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드레스와 양복을 하시기에 우리 가게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옷수선 가게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 없이는 이 가게가 제대로 돌아 갈 수가 없다. 최근 일주일 넘게 이 마음이 지옥을 경험한 이유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하고 일흔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에..
2019.05.02 -
경찰! 움직이지마!
경찰! 움직이지마! 우리 옷수선 가게에는 유난히 경찰이 많이 온다. 이곳 경찰 국장도 우리 가게 단골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찰 손님이 여러 개의 유니폼 셔츠 품을 몸에 딱 맞게 줄이려고 왔다. 평소 운전하다가 길가에 경찰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마음이 쫄리는데 가게에서 보는 경찰 손님은 왠지 전혀 무섭지가 않다. 방탄조끼를 입은 그 경찰은 셔츠를 하나하나 입으며 나는 핀으로 바디라인을 살려 찝는다. 그러는 와중에 움직이지 말라고도 하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도 하고 뒤로 돌아 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은 대개 경찰이 범인에게 하는 말인데 재봉사인 나는 경찰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나에게 꼼짝 못한다. 핀을 몸에 가까이 대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대로 복..
2019.04.12 -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이란 낱말은 흔히들 나쁜 습관 같은 의미로 알고 있다. “단점”에서 “단”은 “짧다”라는 뜻이다. 짧은 건 오래 가지 못한다. 멀리 가지 못한다. 하지만 단점이 혼자 있지 않고 적절한 곳에 심겨지면 오래 가고 멀리 가는 장점이 된다. 잘 알려진 대로 “내향적”이라는 성격은 요즘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재인식 되어지고 있다. 그것은 내향적인 성격이 잘 어울리는 환경과 상황을 만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한 총각이 몇 년 간 웃지 않고 우울해 하는 처녀를 만났을 때 어쩌면 그 처녀는 웃음을 터뜨릴 지 모른다. 거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굳이 장점과 단점으로 양분해서 38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
201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