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치기,  뼉다구, 땅따먹기, 오징어포 등등의 놀이를 하며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던 용진이 어느새 중학교에 올라가게 된다. 중학교 1학년 때엔 공부의 양만 조금 늘어났을  초등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뛰어 놀며 어린  그대로 지낸다. 하지만 북한군도 두려워 한다는 2 되자 용진의 정서가 눈에 띄게 불안정 해지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

 

그러다 가도 쾌활  때엔  친구들과 팔씨름을 하며  전체를  이겨 버리는 에너지도 솟는다. 외관상으론   보이지 않는 용진이 신기했는지  친구들이 용진의 팔뚝을 잡아 주물럭 거려 본다. 하지만 근육의 양은 다른 친구들과 별반 다를  없다.

 

용진이 우울모드로 들어간 어느  그럴 때마다 용진은 자기의 그런 감정상태를 가족들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울감과 함께 죄책감까지  안게 된다. 간혹 텔레비젼에 아주 감동적인 TV문학관같은 드라마를 보게 되면 그런 우울감을 잊고 어느 정도 벗어나곤 한다.  

 

2 때부터 시작된  용진의 우울증은 정확히 말하면 조울증이다. 일정한 주기로 용진의 삶은 우울과 에너지 넘치는 시기를 번갈아 가며 반복한다. 그러한 반복은 용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할 아주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짐덩어리로 여긴다.

 

그러한 상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기에 엄마께서 작은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용진아,  실업계 고등학교로 올라가지 않을래?”

“……, 엄마  성적이면 인문계 충분히 들어가요.”

 

아마도 엄마는 형편이 어려워 선지 아들에게 그런 제안을 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용진은  당시 인문계를 가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 용진을   나락으로 빠지게  줄이야.

 

학력고사의 마지막 세대를 사는 용진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하고 본격적인 공부벌레가 된다. 노력파인 용진은 무식하게 공부한다. 하지만 아주 뛰어난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그저 반에서 10 안에  정도에 머문다. 매달 시험을 보며 등수가 비슷한 친구들 끼리는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

 

 

 

 

교실에 걸린 급훈은 대충 이런 문구다. “1초도 아껴 쓰자.” 시계의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일 때마다 학생들의 샤프심도 째깍째깍 거린다. 수학 쪽지 시험을 치룬 어느 , 수학을 가르치시는 담임 선생님께서 용진의 시험지를 보신다. 용진은 내심 칭찬을 기대한다. 30개의 문제 중에 3개만 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기대를 하셨던지,

 용진아,  3개나 틀렸니?”

용진은 아무 말도 못한다.

 

지금까지 칭찬을 받아  적이 거의 없는 용진은 아버지의  자리에 점점 우울과 망상이 스며든다. 2학기가 되자 교실에 걸린  급훈이 아이들을  죄어 온다. 중간고사를 치루는데 시험지의 문제를 전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지리멸렬한 집중력의 용진. 결국  재적 64  34등으로 떨어진다. 평소 말도 걸지 않던 비슷한 등수의 어떤 친구가 용진에게 말을 건다.

 

무슨 일이니? 용진아?”

“……, 모르겠어. 바보가   같아.”

 

 즈음 영어 수업 중에 이런 속담을 배운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공부만 하고 놀지 않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

 속담을 듣곤 자신의 바보 같은 상태의 원인을 공부벌레가  데에서 찾는다. 하지만 용진은 원래의 등수를 회복하기 위해 잠시 쉬었다가  열심히 공부한다.

 

바보 같은 용진을 멀뚱히 쳐다보던 짝이 한마디 던진다.

 또.라.이지?”

하지만 용진은 고개를  숙인  치욕스러워 하기만  , 짝에게 맞대응으로

그럼  머저리냐?”

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저렇게 용진은 힘겹게 1학년을 마치고 1989년을 향한 겨우살이에 들어간다. 엄마는 여전히 집에서 머리를 하시고 겨울이라 연탄 난로를 설치한다. 어디서 얻어  키우는 강아지는 성대에 이상이 있는지 평생 짖지도 못하고 그저 낑낑대기만 한다.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 붙은 개밥을 연탄 난로에 녹여 다시 강아지에게 준다. 강아지는 자신의 운명으로 체념한    없는 개밥에 킁킁 냄새를 맡더니 어쩔  없이 먹는듯 하다.

 

용진도  개밥같이  없는 사춘기를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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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빠 종옥은 뉴욕에서 슈퍼마켓 점원으로  하다가 주인의 신임을 얻어 일찍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사실을 알게  타인종의 종업원 중에 몇몇이 종옥을 시기하여 냉동차에 얼려 죽이기로 작당을 한다. 우연히 그들의 수근거림을 듣게  어떤 종업원이 있으니 바로 종옥이 언젠가 작은 은혜를 베푼 역시 타인종의 마이크라는 젊은 청년이었다.

 

마이크, 오늘도 점심    거야?”

.”

그럴  알고 내가 하나  싸왔지. . 이거.”

 

 

 

 

비록 햄과 치즈를 넣은    없는 샌드위치였으나 마이크는 종옥의 친절에 평소 고마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종옥에게  위기가 찾아왔고 우연히 마이크가 그들의 작당을 알게  것이다. 종옥은 아무래도  슈퍼마켓에서  이상    없음을 판단하고 사표를 낸다.

 

한국에서 아내 경자의 위기가 있었다면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남편 종옥의 위기가 있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여서  사실을 알게   부부는 하늘에 감사하게 된다.

 

한국에서 아내가 야매로 머리를 하기에 종옥은 일자리를 잃어도 심적으로  압박감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생활이 어려워 지는 아내는 하루하루 쌀독에 비어가는  걱정에 남편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눈물을 뚝뚝 떨구며  내려간 편지지는 남편에게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경자는 삼남매에게는 전혀 내색   하지 않는다. 삼남매는 그저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정도로만 인식할  학교 다니기 바쁘다.

 

둘째 용진은 중학교에 올라간 이후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학생의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 아닌 오로지 거의 모든 학생의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점점 용진은 답답해 하고 심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었다.

 

막내 용준은 초등학생의 나이에 이미 훌쩍  버렸고 5학년이 되어 벌써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돌아  용준은 가방을  던져 놓곤 비좁은 다락방으로 올라가 버린다. 학교에서 돌아   같은데 보이지 않는 막내아들을 찾는 경자는 무심코 다락방에 올라가 본다. 그러자 용준이 가만히 누워 천장을 응시하는 것이다. 경자는  모습에 짐짓 놀라 살그머니 내려온다.

 

  정윤은 공부  하는 똑똑한 모범생이지만 역시 사춘기의 예민한 여학생이다. 어느  어느 암기과목 선생님이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숙제를 잔뜩  주어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모자란 정윤은  숙제를 하지 못하고 학교에 간다. 바로  수업 시간에 결국 정윤은  선생님의 야단을 맞게 되는데 당돌한 태도를 취하는 정윤의 뺨을  선생님의 오른손이 가격을 한다.  번도 맞아  적이 없는 정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은  맞은 볼을 어루만진다.

 

쉬는 시간 교무실로 불려  정윤은  선생님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는다. 아이들이  보는 상황에서 선생님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없이 따귀를 때렸다는 것이다. 정윤은 그럭 저럭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들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종옥은 수퍼마켓에서 나와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 본다. 그러다가 던킨 도넛샾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돈을 넉넉히 보내주지 못하는 종옥의 사정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럴 거면 한국으로 아예 들어오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종옥은 가족을 미국으로 초청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아내를 설득한다. 그러나 아직 불법체류자 신분인 종옥의 설득은 힘이 없다.

 

5 군사정권의 한국은 수시로 체류가스가 안개와 같이 자욱했다. 종옥은 아무래도 미국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나은 환경이라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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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종옥의 미국행 이후    예전에 사우디에 2년간 건축일을 하고 돌아온 외삼촌도 다시 해외로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우디로 갈지 매형이 있는 미국으로 갈지 고민하던 외삼촌은 만기일 직전이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결정을 하는 바람에 누나인 경자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사우디로 가면 돈을 내지 않고 미국으로 가면 1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기 때문에 그로서는 고민이   밖에 없었다.

 

동생! 미국으로   돈이 들어도 사우디 보다 돈을  많이 버니까  이득이잖아?” 누나의  말에 동생은 거의  달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은행  닫기 직전에 결정을 하여 가까스로 송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경자의 동생은   겨울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떠나는  경자는 삼남매를 춘천 사글세방에 남겨두고   같이 떠나는 일행과 봉고 승합차를 대절해서 김포공항에 동생을 배웅하러 간다.

 

오후가 되고 하늘은 먹구름이 끼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날이 어두워 지고 9 뉴스에 전국적으로 폭설주의보로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삼남매는 은근히 엄마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시절 핸드폰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기다리던 삼남매는 자정이 다가와도 오지 않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을  같은 걱정으로 폭설이 내리는 밤하늘 아래  길가에 나란히 서서 도로 쪽을 바라본다.  시간을 그렇게 추위속에  있었을까. 어렴풋이 엄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제사 안심이  삼남매는 엄마에게 달려가고 경자는 왈칵 눈물이 떨어 진다. 그렇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눈으로 바뀌며 꽁꽁 얼어 경춘도로가 빙판이 되자 봉고차가 미끄러져 하마터면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다. 다행이 봉고차의 바퀴가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뭔가에 끼어 절벽으로는 떨어지지 않고 차가 90도로 들어 올려지면서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가 찢어지고 사람 살려!”, “ 죽네!”  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자는  와중에  앞에 뭔가 은빛의 봉이 나타나  봉을 힘껏 잡고 버티어 전혀 다친곳이 없게 된다.

 

 

 

 

다행이 모두 차에서 뛰어 내리자 주위에 미리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잡아 타고 자정이 넘어 집에 오게  것이다. 나중에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차에는 아무런 봉도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은빛 봉은 더구나..

 

예전, 춘천 도심에 있는 봉의산에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새벽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급경사에서 용진이 속도가 붙어 뛰어 내려가자 아버지 종옥이 막내아들 용준에게   용준아!  잡아라!” 다행이  용진은  관성을 이기고  멈추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낭떨어지로 떨어질   것이다.

 

과연  세상엔 수호천사가 있는 것일까? 크게 다치거나 죽을 고비가 있을  이렇게 넘기게 되는  보면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작용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경자는 하마터면  강물에 빠져 익사할  했는데 무사히 돌아와  아이를 보니 만약 자기가 죽었으면  어린 삼남매는 어찌 됐을까 하며   아이들을  끌어 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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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대호, 광수, 상길이와 학교에서 사총사로 지내면서 가끔 그들은 소아과 원장 아들인 광수네 집에 가서 놀곤 했다. 천주교인인 광수는 철학과 교수인 아빠와 병원 원장인 엄마 사이에서 나온 첫아들이다. 광수는   아래의 예쁜 여동생이 있었고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병원 윗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화투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부르마블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아휴~! 냄새. 너네들 발에서 발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광수의 엄마셨다. 광수의 엄마는 과일을 내미시며, “ 놀다 가거라?” 하시며 바쁜 걸음으로 병원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한창 놀던중 광수가 진실 게임을 하자고 한다.

 

우리반 여자아이들 중에 누굴 좋아하는지 각자 말해보자!”

그래, 그거 재밌겠는걸?” 상길이가 관심을 보이며 분위기를 띄운다.

먼저 내가 고백할께. 나는 우리반 부반장 유정이를 좋아해.” 반장인 광수가 운을 뗀다.

그럼 그렇지! 이미 예상한 바야.” 아이들이 싱겁다는듯 반응을 보인다.  그러자 상길이가 뒤를 잇는다. “나는…. 미영이를 좋아하는데?”

  너에게 어울린다.” 광수의 반응이다. 그리고 용진의 가장 친한 친구 대호가 고백한다. “나는 준심을 좋아해.”  다음 마지막 용진이 말한다. “나도 준심을 좋아하는데?”

 

사실 용진은 현희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현희는 객관적으로 보기에 여러모로 그저 평균에 머무는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 대호가 우리반에서 가장 알아주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꺼내고 다들 그럴듯한 여자아이들의 이름을 자랑스레 꺼내자 용진은  내세울건 없지만 자기의 이상형인 현희의 이름을 숨기고 마음에도 없는 대호의 여자, 준심의 이름을 말해 버린다. 광수와 상길이는 삼각관계라며 깔깔 웃는다. 대호는   없이 넘어간다. 용진은 왠지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어느날 교실에서 현희가 잠바를 허리춤에 둘러 매고 총총 걷는 모습을 보곤 용진도 따라서 허리춤에 자기의 잠바를 둘러 매고 걷는다.  모습을 발견한 담임선생님이  용진을 나무란다.

 

용진아! 여편네같이 그게 뭐냐?”

 

그러자 용진은 당장 허리춤에 잠바를 풀러 버리고 자리로 돌아간다. 좋아하면 닮고 싶고 따라하기 까지 하나보다. 아이들은 다들 마음에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두고 있었지만 교제를 하거나 사귀는 일은 없다. 용진이 처럼 그저 따라하거나 아니면 장난을 걸거나 그러면 꼬집힘을 당하거나  뿐이었다.

 

겨울이 되고 시청근처 쓰레기장을 발견한 대호는 광수를 제외한 상길이와 용진이 그리고 용진의 동생 용준이에게  쓰레기장을 소개한다. 눈이 덮힌 쓰레기장은 보통 축구장 넓이만 하였고 그들은 눈으로 집을 만들고 불장난을 하며 해가 질때까지 놀다가 저녁때쯤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고, 너네 이게 뭐니?”

 

불내가 풀풀 피어나는 젖은 옷으로 돌아온 용진과 용준을 엄마 경자가 나무란다. 아빠 종옥이 미국으로 떠난지 이제  개월이  되지 않은   겨울이다. 용진과 용준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아직 어린 나이인가.  옛날 종옥과 종술이 친일파로 몰려 죽은 지아비 진수의 빈자리를  엄마 봉운이  감당하자  엄마를 위로했던 때와는 시대가 많이 변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누나 정윤은 책을 읽으며 항상 전교 1등이 보통이다.  옛날 젖배를 곯아 깡다구가 생겨 오히려  똑똑해 진것은 아닐까. 미국으로 떠난 아빠 종옥은 뉴욕에서 수퍼마켓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종옥은 아내가 보내주는 아이들 음성이 담긴 가정예배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위안을 한다.

 

정윤은 집근처 여자 중학교로 진학하고 용진은 6학년이 된다. 대호를 비롯한 친구들과 원만히 지내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한다. 졸업즈음 학교에서 졸업여행으로 서울 63빌딩을 전세버스를 타고 떠난다. 버스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용진은 왠지 모를 침울함에 휩싸여 창밖만 내다 본다.  모습을  담임선생님이 용진에게 말을  정도다.

 

용진아, 괜찮니?”

, 선생님.”

 

그저 놀기 좋아했던 어린애 용진이 졸업여행 버스에서 느꼈던  침울함은 앞으로 용진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미리 알리는 경고내지 신호탄이었을지 모른다. 다행이 서울 63빌딩을 다녀오고 용진은 언제 그랬냐는듯 활기를 찾는다. 중학교에 올라가던 1985 반편성 고사에서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거둔 용진은  임원 후보에 오를 정도다. 수학부장 후보에 올랐지만 반아이들의 박수소리 크기로 결정하는  선거에서 떨어진다. 마음껏 놀던 초등학교 시절은 점점 추억으로 멀어져 가고 본격적인 입시지옥의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용진은 다소 우울한 얼굴빛을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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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초등학교 4학년인 1982, 국어시간. 용진은 공책에 필기를 하던  옆을 지나치던 선생님의 손에 잡히어 앞으로 끌려 나간다.

 

용진아, 글씨가 이게 뭐니? 개발 새발이쟎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른 즈음의 여자 선생님은 용진의 따귀를 인정사정 없이 후려 갈기기 시작한다. 용진은 항변할 새도 없이 뒤로 나가 떨어져 앞줄 걸상에 부딪혀 주저 앉아 버린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용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잠시  그저 울기 시작한다.

 

 여선생은 평소엔 용진에게  대해 주었다. 청소시간, 청소하는 아이들중 그래도 용진이 가장 믿음직 스러웠는지 이웃학교에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고 사회시간엔 교실 벽에 붙일 대한민국 지도를 용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용진에게 관심과 기대를 하던  여선생은 용진의 학업성적이 지지부진하여 실망을 했는지   따라 히스테리적 혈압상승으로 용진이 희생양이 되었는지   오후 4학년 4반의 교실 분위기는 싸늘했다.

 

 

대호를 비롯해 주위 몇몇 친구들이 용진에게 괜찮냐며 위로를 건낸다.     여선생의 생일이 돌아오고  여선생은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용진은 가지 않는다. 어느날 학교에 과학 경시대회가 있어서 아이들 전체가 연장수업에 들어간다.  여선생은 오십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위해 직육면체 모양의 옥수수빵과 200ml 비닐팩 우유를 나눠주며 저녁 연장수업에 들어간다.

 

어느덧 학년이 끝나고 5학년으로 올라간다. 이번엔 40 중후반의 남자 선생님을 만난다.  반의 5, 6학년을 연속으로 맡게  김선생님은 전형적인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80년대 한국의 어떠한 시대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리숙한 용진은 그저 평범하게 주어진 사회와 교육 시스템에 순응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83, 아버지 종옥이 미국으로 떠나고 아내 경자는 그저 삼남매 굶기지 않고 학교 보내는  하나만을 위해  정신을 쏟는다. 운교동 골목 전셋집으로 이사를    겨울, 경자는 마당에 찬바람을 막기위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단칸방 구석에 연탄난로를 설치한다.  난로 위에 삼남매는 쫀득이와 쥐포를 구워 먹는다.

 

 

어느날 엄마 경자는 강아지 한마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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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만이 재산이었던 종옥은 그에 맞게 직업 또한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어 왔다미국에 체류하고 처음으로  일은 지붕일 이었다그런데 시작한지  달이 훌쩍 지나도 사장은 월급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없이 종옥은 사장에게 급여 얘기를 꺼낸다.

 

사장님한국에 애들엄마가  돈이 급하다는데 언제   있습니까?”

 

조금만 기다려박형언젠가 줄거니까 걱정마.”

 

 

빈털털이인 종옥과  일행은  사장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기거하며 식사라고 해봐야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기 일쑤였다이제 미국에 발을 디뎌 열심히 일을 하여 한국에 송금해야만 하는  종옥 일행은 자기들의 신분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장 밑에서 못질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달이 가까워  즈음 종옥은 급한 마음에 사장에게 월급을 다시   요구한다그러자 사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종옥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신고해?”

 

“……..!”

 

 사장은 아쉬울게 없었다불법체류자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많았고 이렇게    이용해 먹고 다른 사람으로 메꾸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종옥은 사장의  말을 듣고 부르르 몸이 떨렸다종옥의 주먹은 불끈했으나 다리는 풀려  돌아  없이 걸어 나간다종옥 일행은  곳을 떠나 뉴욕으로 향한다아무래도  도시가 일자리 또한 많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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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리숙 하고 친구도 사귀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했다. 그러다가 4학년으로 올라가 언젠가 전학  대호라는 친구와 하굣길을 같이 걷다가 친구가  이후로 성격도 밝아지고 학업성적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대호는 쾌활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다. 그런 대호와 친구가 되니 자연스럽게 닮아 가는 것이다. 대호는 사귐성도 좋아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 덩달아 용진이도 대호의 친구와 친구가 되었다. 대호는 승부욕도 강해서 시험을 보고 나서는  단짝인 용진의 점수와 비교를 하곤 했다. 그에 비해 용진은 시험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용진아,  산수   틀렸니?”

 

다섯  틀렸는데?”

 

    틀렸는데. 내가  잘했네? 아싸 이겼다!”

 

  차이 가지고  그렇게 좋아하냐?”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더욱 경쟁의식을 느끼는 대호였다. 대호는 까무잡잡하고 사각형의 얼굴을 가진 남자다운 어린이 였다. 그와는 반대로 용진은 하얗고 둥근 얼굴의 다소 예쁘장한 남자아이였다. 대호를 통해  다른 친구 둘을  알게 되어 사총사가 결성된다.  아이는 광수라고 춘천시청 근처 소아과 원장을 어머니로  공부 잘하는 친구이고  다른 친구는 상길이 라고 마켓 주인 아들이다. 사총사의 우정은 대호를 중심으로 뭉쳐진 우정이었다.  

 

 

학교측에서 어쩐 일인지 용진이네 반을 4학년에서 6학년까지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올라가게 한다. 마치 용진을 배려 한듯. 어쨌든 용진은 3 동안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다 아버지가 미국 가신 5학년 이후로도 용진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심하게 느끼지 않고 어머니 경자의 보호와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없이 지낸다.

 

동생 용준은 형을 따라 다니며 형의 친구와 친구가 되어 오히려 자기 또래보다 형의 친구와  어울린다. 누나 정윤은   답게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도 하며 어머니의  힘이 되어 준다. 게다가 공부도 잘해서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는다. 언젠가 학부모 회의가 있어서 경자가 학교에 갔는데 다른 엄마들이 부러운 눈으로 경자에게 묻는다.

 

정윤엄마, 정윤이는 얼마짜리 과외를 하길래 그렇게 공부를  해요?”

과외라뇨. 우리 정윤이는 그런거  해요.”

 

그렇다. 경자는 집에서 머리를 만진 돈으로 겨우 삼남매 굶기지 않을 정도였다. 젖배를 곯았던 정윤이지만 아주 영특하고 머리가 비상한 여자아이 였다. 특별히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거 같아도 정윤은 수업중에 집중을  하고 숙제를 꼬박꼬박  하는  만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었다.

 

경자는 정윤을 비롯해 용진이와 용준의 성적표와 가정예배를 카셑 테이프에 녹음을 하여 미국에서 홀로 지내는 남편 종옥에게 거의  달에  번은 보낸다. 미국으로 떠난 남편이 돈을 보내주지 못하면 교회에가서 매일 울며 돈문제로 기도했는데 어느덧  년이 지나고 경자는 기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하나님 아버지, 정윤아빠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 홀로 낯선 타국에서 건강 잃지 않게  주시고 담배 끊고 교회에 나가게  주세요….”

 

종옥은 한국에 있을  거의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미국에 선원 비자로 갔기 때문에 배를 타야만 했는데 같이  친구들의 주장으로 미대륙에 불법체류를 하게 된다.  친구들이 그렇게 하자고 주장한 것은  배에서 수개월 동안 일하고 내려오는 선원들의 증언 때문이었다.

 

  많이 벌었습니까?

 

어휴, 돈이라뇨? 배에서 일해봤자 500불도  남아요.”

 

종옥 일행은 배에 타지 않고 미대륙에 불법체류하기로 결심하고 메릴렌드로 택시를 타고 올라간다. 종옥 외에는 수중에 돈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미국으로 가는 남편이 비상시에 쓰라고 아내 경자가 빚을 져서 종옥에게 건네준 100만원을 택시비로 쓴다.

 

종옥 일행은 그곳에서 지붕공사일을 하게 되었다. 불법체류 신분으로서 앞으로 어떤 먹구름이 몰려 오는지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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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용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79, 종옥은 불안정한 목수일을 접고 소양극장 건너편 모퉁이에 중앙세탁소를 개업한다.  세탁소 뒤엔 춘천 시청이 있고 시청 앞엔 오래  놀이터가 있다. 용진은 동생 용준이와 매일  놀이터에서 논다. 놀이터엔 짓궂은 아이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고 용준도 그런 개구장이에 속한다. 곱슬머리 용준은 자주 놀이터에서 자기 보다  애들과 싸우곤 했다. 동생이 불리해 지면 싸움과는 거리가   용진은 아빠의 세탁소로 달려가 아빠의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아빠!   났어요. 용준이가 맞고 있어요!”

 

용진아, 그렇다고 아빠한테 달려 오면 어떻게 하니? 형인 네가 동생을 도와 줘야지!”

 

용진은 그제야 자기가 겁쟁이라는  깨닫고 다시 놀이터로 달려간다. 가서 보니 용준은 코피를 흘리며 주저 앉아 울고 있고 덩치  상대 아이는 달려 오느라 헉헉 대는 용진을 노려 본다.

 

!  동생을 어떻게 한거야!”

 

너도 맞아 볼래?”

 

!”

 

 

용진은 배를 얻어 맞고  자리에 주저 앉아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그렇게 용진은 겁장이에다가 싸움도 못하고 용준은 무모하면서도 싸움도 못했다.  형제는 힘의 논리에서 항상 약자에 속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아빠 종옥은 속이 상해서  아들 용진을 자주 나무라곤 했다. 강하게 자라기를 바랐지만 천성이 순한 용진은 그러한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옛날 동생을 어이없이 잃은 종옥은 용진을 자기 자신에, 용준을 죽은 동생 종술에 이입하여 일찍 끊어진 형제애를  아들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었다. 비록 강하지 못한  아들이지만 서로  놀고 그런대로 우애가 있어 만족하는 것이다.

 

종옥은 거창하게 세탁소 사장이라지만 자주 가게로 찾아 오는 술친구 때문에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 술값은 거의 모든 경우 종옥이 내기 일쑤였다. 친구가 내겠다고 해도 결국 종옥은 자기가  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사실을 알게  옆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경자에게 일러준다.

 

정윤엄마, 애기아빠때문에 힘들겠어. 친구 좋아하고  좋아해서 언제 돈을 벌어?”

 

경자는 사실 신혼초 부터 친정어머니의 이혼하라는 말씀을 들으며 살았다. 경자는 남편으로 부터 제대로 생활비를 받아  적이 거의 없기에 성격이 점점 독해져서 처녀적에 순한 양이었다면 결혼해서 독사로 만들었다고 남편에게 불평을 늘어 놓곤 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경자가 미용기술이 있으니 종옥이 돈을  벌어도 굶지 않고 살지 않는가. 종옥은 생활력 강한 아내를 믿고 자신의 부족한 경제관념을 고치려 하지 않는 모양이다.

 

 

종옥은 세탁소를 결국   하지 못하고 정리하고 만다. 한국땅에서 계속 실패를 경험한 종옥은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 친구들과 미국 플로리다 유람선 선원비자로 떠나게 된다. 용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83년도인 것이다. 누나 정윤은 6학년이고 막내 용준은 2학년. 한창 자랄 나이에 아빠가 멀리 미국으로 떠나는데 삼남매는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혼자 삼남매를 키울 경자는 애써 눈물을 감춘다. 1 후에 돌아 올지 5 후에 돌아올지   없는 남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경자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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