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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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오류(Error) Ch. 9 - 재떨이
일 년 후 봉운은 박영감에게서 아들을 낳는다. 박영감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봉운이 산후조리를 마치고 아기를 돌 보는 대신 박영감의 욕심에 의해 다시 농사일에 메달리게 된다. 박영감이 어디서 알았는지 한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아기의 보모로 삼고 그 이후로 봉운은 아내라기 보다는 거의 종과 같았고 근본도 알 수 없는 그 젊은 여자가 박영감의 아내 행세를 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아기가 점점 자라자 그 젊은 보모는 아이에게 세뇌를 시키기 시작한다. “동순아, 니 애미는 저 억센 여자가 아니라 나란다. 저 여자는 너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아. 그저 너의 씨 다른 두 형들을 위해 너를 낳은 것 뿐이야. 비록 난 널 낳지 않았지만 나는 널 내 친아들로 생각하고 키웠다. 그 점 명심해야 한다..
2020.05.18 -
웹소설: 오류(Error) Ch. 8 - 동생의 죽음
아버지 종옥의 가슴에는 피에 젖은 역사와 더불어 생긴 깊은 상처가 여러 개 있다.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 종술이 중학교 시절에 억울하게 어이없이 죽은 것이다. 때는 6.25 전쟁직후 종술은 전교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영민했다. 어느 날 고등학교 형들과 축구시합을 하던 중, 상대 선수의 무리한 공격으로 무릎에 큰 부상을 당하여 수술을 해야만 했다. 종술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학교측은 모금을 하여 수술비를 마련한 후, 어머니 이봉운에게 전달한다. 그걸 알아챈 의붓 아버지 박영감이 욕심이 생겨 어머니가 숨겨 놓은 수술비를 찾아 내 가로 챈다. 그동안 단순 절도로만 생각했던 종옥은 그런 줄도 모르고 동생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신문을 돌린다. “형, 이제 무릎에 감각이 없어. 하지만 괜찮을 거야. 너무 무리하지..
2020.05.18 -
웹소설: 오류(Error) Ch.7 - 불청객
아버지 종옥은 외지로 공사를 따서 집에 들어 오는 날이 한 달에도 몇 일 밖에 되지 않았다. 아빠를 보기 힘든 삼남매는 거의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지하며 아빠하고는 심정적으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경자는 남편의 부족한 경제관념을 메꾸기 위해 야매(불법)로 머리를 하게 된다. 처녀시절 남원에서 해당화 미용실을 차리고 몇 년간 했던 실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아 결혼하자 마자 그만 두었던 미용을 형편이 어려워 지자 야매로라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아직 취학 전인 막내아들 용준은, 놀아 주진 않고 머리만 말고 있는 엄마가 못 마땅한지 때도 아닌 밥을 달라고 떼를 쓴다. 보다 못한 손님이 아들 밥 부터 차려 주고 하라고 양보를 한다. 경자는 그제야 아들에게 하얀 밥과 김치와 아침에 먹다 남은 ..
2020.05.12 -
웹소설: 오류(Error) Ch.6 - 종이 코끼리
주인집 ㅂ씨동집에는 용진이 보다 한 살 적은 ㅎ이라는 손자가 산다. ㅎ은 토실토실하게 생겼고 부잣집 아들 티가 나게 윤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아 올 때면 ㅎ 엄마는 세 들어 사는 경자에게 다가와 상장을 보이며 자랑을 하곤 했다. 반면 용진은 어리숙하고 공부에 아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어느 날 누나 정윤이 모아 놓은 용돈으로 소년소녀 잡지인 소년중앙을 서점에서 사 들고 들어 온다. 그 책 속엔 두꺼운 종이로 코끼리를 만드는 코너가 마련 되어 있는데 용진이 흥미를 느끼고 시도를 한다. 마침내 코끼리가 완성이 되고 엄마에게 자랑을 한다. “엄마! 이것 좀 봐요. 내가 만들었어요. 자..” “우와! 우리 용진이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어? 대단한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
2020.05.10 -
[감상문] 물증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 박상우 시인
[감상문] 물증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 박상우 시인 기억과 사진 머릿속에 기억은 사라질 수 있다. 건망증으로 치매로.. 이 삶은 소중하다. 그래서 시인은 기억만으로는 섭섭하다고 말한다. 100년 동안 간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중한 추억을 사진첩에 껴 놓고 물증으로 남겨야 한다. ---- 차용증서 있는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유방, 당신의 마음을 잠시 차용하여 쓸 뿐이다. 또한 나의 불알, 나의 마음을 당신에게 아름다운 포장지에 싸서 줄 테니 차용증서나 써 놓고 가져 가시오. 유방, 불알, 마음 이란 서로 나누는 추억의 내용 또한 차용증서라는 물증, 즉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 왜냐하면 섭섭하니까. ---- 출생신고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출생신고와 같은 물증이 따라온다. 그런 물증이 없이는..
2020.05.08 -
웹소설: 오류(Error) 005 - 어리숙한 아들
큰아들 용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1월에 생일이 있어 또래보다 한 학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난히 키가 작은 용진이는 그래도 반에 두 명이나 더 작은 학생이 있어 번호가 3번이다. 너무 어리숙하여 조회시간 운동장으로 갈 때도 담임선생님 손을 꼭 붙잡고 간다. “용진이가 너무 어려요. 어머니.” “예, 그럼 한 해 늦출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경자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 보다 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다. 이웃 아줌마들에게 아들 얘기를 하자 아들은 학교에 일찍 들어가는 게 좋다고 한다. “용진이 엄마, 커서 대학 재수 할 수도 있으니 좀 힘들어 보여도 그대로 다니게 놔 두세요.” “예, 그럼 그럴까요?” 용진이는 수업중에 졸기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로 가던 중 오줌을 참지 못하여..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