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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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골프대회
날씨와 골프대회 취소 되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계획 비가 죽죽 내리니 골프는 다 쳤다 한 달 후 다시 시작된 골프대회 하늘도 참 짓궂지 바람이 세차게 불며 비가 쏴 인간의 오기 골프대회는 그대로 강행 비를 맞으며 휘두르는 장타의 맛 그 맛에 하늘도 물장난을 멈추고 골프대회를 말리는 대신에 사람들의 젖은 옷을 말린다 높은 하늘에 휙 골프공이 솟는다 하늘이 졌다 ---- 2019. 5. 19 하늘은 그럴 의도가 없겠으나 하늘 아래 사람들은 하늘을 의인화하여 원치 않은 날씨에 심술궂은 하늘이라고 하기도 하고 좋은 날씨에 하늘이 도와준다고도 한다. 어쨌든 이 모든 만물 안에 인간은 해, 달, 구름, 바람 등과 상호작용을 하며 상상을 해 왔고 꿈을 키워 왔다. 이 모든 만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상하는 ..
2019.05.20 -
어머니날, 소공동에서
어머니날, 소공동에서 얼마 전 어떤 일로 동생이 엄마께 욱 소리를 질렀다 그 얼마 전엔 내가 엄마께 내 개인적 문제로 욱 소리를 내 질렀다 무너지는 엄마의 마음 그래도 엄마의 몸은 쓰러지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앉아 아버지께 부르짖어 기도하시는 엄마 오늘 어머니날, 바로 어제 온 가족이 소공동 순두부집에 갔다 어머니는 김치 버섯 순두부 나의 추천 메뉴였다 식사는 욱 소리 내지른 못된 큰 아들 몫 용돈과 카드는 욱 소리 지른 못된 작은 아들 몫 두 달 전 태어난 동생의 막내 아들, 다니엘의 성질도 심상치 않다 굴곡이 심한 인생살이 폭풍이 지나가고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가족 돛단배 바람만 분다면 거룩한 그 분의 바람만 분다면 온 가족 하늘 나라 보물섬 닿으리 이미 우리 안에 비춰진 그 꿈의 보물섬 현실이..
2019.05.13 -
우체부와 광고 우편물
우체부와 광고 우편물 매일 메일을 전해 주는 선한 인상의 우체부 아저씨 방울이 울리며 가게 문이 열린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 지는 크레딧 카드 광고물과 보험회사 선전물 뜯어 볼 호기심 제로, 바로 휴지통으로 쏙 우체부로서는 헛수고일까? 왠지 미안하다 항상 우편물을 건네 줄 때 쑥 내미는 손, 그 씩씩한 손 몇 초 만에 이루어 지는 그 배달의 순간 “Have a nice day!” 거의 동시에 각자의 입에서 서로의 귀에 배달된다 ---- 2019. 4. 9
2019.04.10 -
기억조각
기억조각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운전하다불현듯 떠 오른 옛 기억에머물러 본 적 있나요 아스라한 그 수 많던 기억그 중에 하나 한 순간떠 올라 본 적 있나요 좋은 기억이던나쁜 기억이던 모든 기억은 소중합니다지금 내 모습은지난 모든 내 삶의 결과 입니다 문득 떠 오른 그 기억 한 조각이모 나 있던 당신의 거친 모습을탁탁 다듬고 사라집니다 ---2019. 2. 19 글쓴이 추천 광고디지탈 연애 (시조집)하나님의 오류 (시집)공포의 프람 드레스(수필집)
2019.02.19 -
어느 시인의 스승
어느 시인의 스승 방구석에 쳐 박혀 시만 쓰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 시인은 걸작의 시 한 편을 뽑아내기 위해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도 이건 시 답지 않다고 스스로 시인합니다 그러다 시장하여 집 근처 시장 국밥집에 들어 갑니다 그 국밥 집 욕쟁이 할머니가 그 시인에게 습관적으로 욕을 해 대며 주문을 받습니다 평소에 고상한 말에만 익숙했던 그 시인은 그 할머니의 거친 욕을 듣더니 눈이 번쩍 떠집니다 그 할머니의 욕 안에 가공하지 않은 구수한 언어와 압축된 고된 삶의 언어를 발견합니다 그 시인은 결국 그 할머니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그 할머니의 시다바리로 취직합니다 돈도 거의 안받고 욕도 먹고 국밥도 먹고 매일 눈이 떠집니다 하루에 두 번 욕 먹을 때 한 번 국밥 먹을 때 한 번 ---- 2016. 4. 10 ..
2019.01.23 -
날개 달린 초밥
날개 달린 초밥 삼 년 째 그 분의 초밥은 여전히 싱싱하다 생명이 이 생선에 아직 스며 있는듯 생명나무의 생기가 생선을 숨 쉬게 하는 듯 너무나 싱싱하다 못해 날아 다닌다 사시미 칼로 속살을 얇게 얇게 벗겨 놨어도 벗기면 벗길수록 옷을 입는다 그 옷은 웃음이 원단 입으로 쏙쏙 들어가는 이 스시들이 웃음으로 지은 옷을 입고 입 속에서 날아 다닌다 웃음을 터뜨린 생명나무도 뿌리가 뽑혀 날라가 대기권을 넘어 달나라 계수나무 옆에 뿌리를 내린다 생명수가 터진다 웃음이 터진다 ---- 2018. 12. 16 * 해설: 스시의 신선함은 결국 모임중에 나누는 대화와 웃음에 있다. 아무리 신선한 음식도 거북한 식사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웃음으로 지은 옷. 그 옷은 곧 날개. 속살을 다 드러낸 스시가 그 날개를 달..
201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