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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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의 후각
견공의 후각 숨이 들고 나는 그 두 터널에 공기중 섞여 있는 미세한 물질 코점막에 닿아 신경을 거슬러 뇌에 이르러 호 불호가 갈린다 민감한 코를 가진 견공들 자기 주인의 체취를 안다 후각으로 판단하는 그 힘 사람은 그저 미숙한 후각 단순하기에 더 무서운 오판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 그 이분법적인 판단 그리고 혐오 뛰어난 후각의 견공 공항에 마약 수색견이 아닌 사람의 온갖 체취를 맡고 영혼을 감별하는 감별견으로 아마도 견공은 후각만으로 도둑을 알아 볼지도 그 도둑이 낯 설어 서가 아닌 미심쩍은 냄새에 짖을지도 색맹인 견공의 다채로운 후각 사람은 개 만도 못하다 사람은 그 무딘 징징거리는 후각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분별력이 개 만도 못하다 ---- 2019. 11. 4
2019.11.05 -
영화 “기생충” 관람후기
오늘 이곳 내쉬빌에서 오마니와 함께 영화 "기생충(Parasite)"을 봤다. 으리으리한 그 박 사장의 저택 밑바닥에 미로같이 구불구불한 음침한 지하실이 마치 창자를 연상케 하고 무슨 이유인지 그 안에서 칩거하는 우중충하게 생긴 가정부의 남편이 기생충을 상징하는듯 하다. 어쩌면 박 대표 가족은 그저 지구라는 창자 안에 좀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고 사는 십이지장충 일 수 있고 반 지하 김씨 가족은 냄새나는 항문 근처에 요충일 수도 있다. 누구나 지구는 우리가 영원히 살 곳이 아님을 안다. 누구든 주어진 수명을 살다 떠나야만 한다. 누구나 떠나야 한다면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든 못 먹고 못 살든 잘 먹으면 그저 때깔 좋은 귀신이고 못 먹으면 때깔 험한 귀신일 뿐이다. 이 땅이 왜 생겼을까. 결국 떠나야 ..
2019.11.05 -
데이트 비용에 대한 단상 - 지갑이 닫힌 여자들
40대 노총각과 노처녀가 데이트를 하는데 데이트 비용을 전부 남자가 부담한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여자는 전혀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래도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어 식당이며 영화관이며 놀이동산이며 전부 다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 여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남자를 보며 정말 자기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은 자기가 식사 비용을 부담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 날 따라 남자는 괜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오랫동안 내가 비용을 전부 지불 했는데 여자가 한번도 사지 않는것은 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증거 아닐까? 그 두 남녀가 그 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남자는 내심 여자가 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여자는 이번엔 자기가 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고 그런데 마음이 쫀..
2019.11.03 -
[자작시] 아직 그리고 이미 - Between Yet & Already
아직 그리고 이미 Between Yet and Already 과녁에 조준하는 건 “아직” 방아쇠를 당기면 “이미” Aiming to the target is “Yet” Having pulled the trigger is “Already” 건축가의 설계도는 “아직” 벽돌 한 장 한 장 쌓여지면 “이미” The blue print of an architect is “Yet” Having laid brick on brick is “Already”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 나면 “아직” 냉장고 문 열어야 “이미” Hearing the stomach growling is “Yet” Having opened the fridge door is “Already” 시 한 편 두들길 때 “아직” 블로그 저장 단추 눌러야 “이..
2019.11.01 -
하늘의 치유 - Healing of Heaven
하늘의 치유 마음 속 괴로움이 그칠 줄 모르더니 모든 것 내려 놓고 무릎을 꿇어보니 어느새 찾아 드는 평강 내 뜻 말고 하늘 뜻 Healing of Heaven Agony in heart and mind On and on and on and on After put everything down Getting on my knee to God Already peace in my mind Not my will but His will 2013. 2. 6
2019.10.29 -
힘든 마음 치유법
힘든 마음 치유법 마음이 평온할 땐 아주 어렵고 힘든 일도 척척 마음이 괴로울 땐 아주 쉽고 간단한 일도 벅벅 손님을 맞이하는 나의 어두운 표정, 괴로운 말투에 손님이 먼저 하와유(How are you?) 묻는다 그럼 나는 맘에도 없는 뽜인(fine)을 기계적으로 내 뱉는다 마음을 비우면 새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 갈 듯 내 마음도 갈아 끼우면 좋겠다 장기 이식하듯 마음도 할 수 있다면... 아, 그래 아기가 울 때 환경을 바꾸면 그치듯 내 마음이 울 때 박차고 나가자 어디든 새로운 곳으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마음을 바꾸기 위함이지 몸을 움직여 쇼핑몰에 사람 구경가면 어느새 내 마음도 괜찮아 질 꺼야 마음을 바꾸려면 몸을 이동해야 해 익숙한 방구석에만 있으면 마음은 좁아져..
2019.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