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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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폭풍이 지나간 후
이제 내 나이 40대 후반에 접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나이는 적어도 60은 되어야 한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대, 그것도 40대 후반이라는 현실에 아직 미혼인 나로선 이제 결혼같은 건 내려 놓아야 한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온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옷수선이다. 혼자 가게에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드레스와 양복을 하시기에 우리 가게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옷수선 가게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 없이는 이 가게가 제대로 돌아 갈 수가 없다. 최근 일주일 넘게 이 마음이 지옥을 경험한 이유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하고 일흔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에..
2019.05.02 -
아기 다니엘의 감동 눈물
아기 다니엘의 감동 눈물 온 가족 알러지에 코 징징 애취애취 갓난이 다니엘도 코 징징 젖 빠는데 힘겨워 쉬는 와중에 아빠 뭔가 가져와 코딱지 제거하는 흡입기 쑤셔 대는 아빠의 무지막지 그 사랑 감동이라 얼마나 감격 했던지 울어 재 낀 다니엘 ---- 2019. 4. 15
2019.04.16 -
경찰! 움직이지마!
경찰! 움직이지마! 우리 옷수선 가게에는 유난히 경찰이 많이 온다. 이곳 경찰 국장도 우리 가게 단골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찰 손님이 여러 개의 유니폼 셔츠 품을 몸에 딱 맞게 줄이려고 왔다. 평소 운전하다가 길가에 경찰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마음이 쫄리는데 가게에서 보는 경찰 손님은 왠지 전혀 무섭지가 않다. 방탄조끼를 입은 그 경찰은 셔츠를 하나하나 입으며 나는 핀으로 바디라인을 살려 찝는다. 그러는 와중에 움직이지 말라고도 하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도 하고 뒤로 돌아 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은 대개 경찰이 범인에게 하는 말인데 재봉사인 나는 경찰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나에게 꼼짝 못한다. 핀을 몸에 가까이 대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대로 복..
2019.04.12 -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이란 낱말은 흔히들 나쁜 습관 같은 의미로 알고 있다. “단점”에서 “단”은 “짧다”라는 뜻이다. 짧은 건 오래 가지 못한다. 멀리 가지 못한다. 하지만 단점이 혼자 있지 않고 적절한 곳에 심겨지면 오래 가고 멀리 가는 장점이 된다. 잘 알려진 대로 “내향적”이라는 성격은 요즘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재인식 되어지고 있다. 그것은 내향적인 성격이 잘 어울리는 환경과 상황을 만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한 총각이 몇 년 간 웃지 않고 우울해 하는 처녀를 만났을 때 어쩌면 그 처녀는 웃음을 터뜨릴 지 모른다. 거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굳이 장점과 단점으로 양분해서 38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
2019.04.10 -
우체부와 광고 우편물
우체부와 광고 우편물 매일 메일을 전해 주는 선한 인상의 우체부 아저씨 방울이 울리며 가게 문이 열린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 지는 크레딧 카드 광고물과 보험회사 선전물 뜯어 볼 호기심 제로, 바로 휴지통으로 쏙 우체부로서는 헛수고일까? 왠지 미안하다 항상 우편물을 건네 줄 때 쑥 내미는 손, 그 씩씩한 손 몇 초 만에 이루어 지는 그 배달의 순간 “Have a nice day!” 거의 동시에 각자의 입에서 서로의 귀에 배달된다 ---- 2019. 4. 9
2019.04.10 -
한나 누나 고마워!
한나 누나 고마워! 어제였던가? 저녁식사 중 일곱 살 배기 조카, 제시카가 삼촌인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 할 만한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 될 만한 문장으로 만들기가 그 나이엔 어려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들리는 단어가 몇 개 있었다. 싱글, 애기, 힘들어서 등등의 낱말이 뒤죽박죽 섞인 문장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제시카의 질문은 무엇일까? 약 한 달 전, 함께 사는 동생이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 위로 누나도 두 딸, 아래로 남동생도 두 딸만 있었다가 동생이 아들을 낳으니 우리 집안으로서는 경사였다. 원래 예정 날은 3월 23일인데 2월 28일, 가게에서 어머니와 미싱을 돌리는 오후, 급하게 동생에게서 전..
2019.04.06